공안 당국-범 민주 대결 "살얼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새로운 국면 진입>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전교조 사태가 문교부 전교조의 대립 차원을 벗어나 공안 당국-범민주화 운동 세력간의 대결로 확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문교부는 전교조 가입 교사들에 대한 징계 마감 시한인 5일까지 징계 작업이 완료되지 못하자 『마감 시한 이후에도 계속 징계 절차를 밟아 나가라』고 각 시·도 교위에 지시했으며 같은 날 검찰은 『전교조 주동자들이 민중 교육을 통한 체제 변혁을 기도한 혐의가 있다』며 전교조에 대한 공안적 차원의 수사에 나서겠다고 발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교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정부의 강경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맞서 전교조도 이날 11일째 계속해온 명동성당의 단식 농성을 풀면서 『농성 기간을 통해 국민들의 전교조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확인했다』고 밝히고 『재야 단체·학생 운동권 등과 연대, 전교조 합법화 투쟁을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전교조 대학 위원회가 4일 정식 발족, 대학 교수들의 전교조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며 「전교조 사수 공동 대책위」도 크고 작은 3백여개 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15개 시·도지부, 15개 시·군 단위 지회가 이미 결성을 마친 것으로 발표됐다.
전대협·서총련도 『이제까지 조국 통일 투쟁 때문에 전교조 투쟁에 소홀했다』며 적극 동참을 선언, 과격한 가두 투쟁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전교조 측은 방학중인 현재로서는 ▲징계 저지 투쟁 ▲서명 운동·공청회·토론회 등 대 국민 홍보 ▲내부 조직 결속 등에 주력한 다음 21일 2학기 개학과 함께 파면·해임 교사들의 「출근 투쟁」을 벌이고 해직 교사들의 「복직 투쟁」도 본격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교조는 징계 교사들의 집단 소청 및 행정·민사 소송을 권유, 사법 대응 준비를 진행 중이고 징계 작업을 강행하고 있는 문교부는 징계 시한인 5일까지 2천1백73명 (공립 9백84, 사립 1천1백89)이 노조 탈퇴를 거부, 최종적인 징계 대상자가 됐다고 발표했다.
문교부는 이들을 이번 주중으로 모두 직위 해제, 또는 직권 면직시켜 교단을 떠나게 한 후 9월1일의 교원 인사 작업은 예정대로 15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문교 당국과 전교조가 강경으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2학기 개학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위기감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파면·해임 교사들이 출근 투쟁을 통해 교문 앞이나 교무실 안에서 벌이게 될 시위·농성·몸싸움 등은 학생들의 소요를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광주·부산·인천·서울 지역에서 나타났듯이 고교생들이 지역별 연합체를 결성할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에 눈앞에서 스승이 문교 당국과 공권력에 끌려가는 광경을 목격할 학생들이 어떤 태도로 나올 것인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또 광주·전남 지역의 일부 학부모·학생을 중심으로 한 수업료 납부 거부·등교 거부 등의 움직임도 2학기 들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무더기로 파면·해임된 교사들이 설자리를 잃어 「거리」로 나서고 여기에 재야 단체 회원·대학생들이 가세하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문교 당국과 전교조 가운데 어느 한쪽이 「일대 양보」를 하거나 정치권이 양측 모두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한 「전교조 불허」와 「전교조 사수」의 줄다리기는 끝없이 계속될 전망이며 이럴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사태를 가슴 죄며 지켜보는 학부모와 학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진 회담도 불투명>
전교조 문제가 막바지 외길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다시 중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전교조가 결성된 이후 정치권에서 몇차례 중재를 위한 접촉을 가졌으나 각 당간의 이견으로 소득을 얻지 못했던 전례에 비추어 이번에 민주당이 제의한 중진 회담도 제대로 효과를 거둘지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중진 회담 자체가 성립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는 전교조 문제에 대한 각 당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보아야 마땅한 결실을 얻어 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교조를 결코 허용치 않겠다는 정부·여당의 강한 의지와 현재 지속중인 공안 정국의 여파 등이 맞물려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대 타협」 가능성은 적어도 가시권내에는 들어와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조 가입 교사에 대해 무더기 징계할 경우 불리한 국민 여론이 형성되어 여야피차의 부담으로 되고 ▲자칫하면 대규모 화이트 칼러 재야 세력을 만들어 줌으로써 체제 변혁 기도를 오히려 조장할 위험을 초래하며 ▲이미 재야-학생 운동권에서 전교조와 적극 연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징계 대상 교사 대부분이 순수한 열정을 동인으로 하고 있다는 점등을 들어 정치권의 중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4당은 전교조 문제를 놓고 그게 교조 인정 (평민·민주)과 불인정 (민정·공화) 두 갈래로 나뉘었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4당 정책위의장 회담에서 노조 형태를 취하지 않는 한도에서 전교조실체를 인정하는 선까지 대체적인 의견 접근을 보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중진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러한 바탕에서 어떠한 해결점이 찾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민정·공화당은 대한교련을 유일한 합법적 교원 단체로 하는 현행법 골격을 지키되 교원 노조를 해체할 경우 대한교련 산하 단체를 교과별·성별·학교별 등으로 다양화하여 이들 속에 전교조를 흡수토록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민정당은 이와 함께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 법안」과 「교육 환경 개선 특별 회계 법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1조1천1백억원의 특별 회계를 책정하고 대한교련과 산하 교육회가 교육의 전문성·교원 지위 향상에 관해 교육장이나 문교부장관에게 건의·협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평민당은 노조 형태 유지하되 단체 행동권은 제외해 학습권 침해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전교조를 대한교련과는 별도의 교원 단체로 인정, 경쟁 체제 속에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소속 단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조 형태가 아니면서 실질적으로 단결·단체 교섭권 등 2권을 보장받는 교원 단체 결성을 중재 안으로 내놓고 있다. 이 경우 현재의 대한교련과 전교조로 교원 단체를 이원화시키든가 아니면 「헤쳐 모여」식으로 새 교원 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교육 과정·교과서 편찬 등 교육 내용 문제만큼은 교원 단체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는 민정당과 발을 맞추면서도 이 문제로 정치 위기가 와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중진 회담이 아닌 정책위 의장단·총무단 등 각 레벨의 실질 회담을 진행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균·노재현 기자>

<전교조 일지>
87년9월 전교조 창립
88년12월26일 설립 논의
89년2월19일 대의원 대회에서 전교조 설립 결정
5월14일 발기인 대회 (전국 15개 시·도 1만여명 참석)
5월16일 문교부 관련 교사 징계 시작
5월28일 전교조 결성 대회 (연세대 3백여명 참석)
6월9일 윤영규 위원장 등 구속
6월10일 지부 결성 시작
6월17일 15개 시·도 지부 결성 완료
7월5일 대학 교수 가입 시작
7월9일 탄압 저지 및 합법성 쟁취 대회 (여의도 1천5백여명 참석)
7월12일 문교부 8월5일까지 관련 교사 징계 완료 지시
7월15일 전교조 정부에 대화 제의
7월21일 범국민 중재단 구성
7월26일 교조 교사 6백명 명동성당에서 단식 농성 시작
8월5일 검찰 전교조 수사 착수, 교조 교사 농성 해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