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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오너 모십니다”…요즘 증권사에서 ‘핫’한 가업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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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중소기업 CEO는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상당수 중소기업 CEO는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부산에서 30년 넘게 요트 회사에 돛을 납품해온 김모(65)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평생을 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가업승계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회사가 거래해온 증권사에서 가업승계 컨설팅을 해준다는 얘기에 곧바로 상담을 신청했다. 김 대표는 “가업상속공제, 지분 증여 등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구체적인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증권사가 본격적으로 가업승계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이 PB(프라이빗뱅킹)센터 중심으로 창업가의 자산을 운용해온 시장에 증권사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들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IB)에 강점을 살려 가업승계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업계 최초 가업승계연구소 설립 

2013년부터 가업승계 서비스를 선보인 삼성증권은 올해 업계 처음으로 가업승계연구소를 세웠다. 가업승계 컨설팅은 물론 상속ㆍ증여 실행, 승계 대상인 후계자 교육까지 가업승계에 필요한 전 과정을 관리한다. 세무사, 변호사, 투자은행(IB) 전문가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가업승계팀이 상담을 맡는다.

또 이들의 자녀가 차질없이 가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넥스트 CEO’ 포럼을 운영한다. 기업 경영이나 관리 지식을 쌓는 후계자 수업인 셈이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본부장은 “상당수 CEO는 가업승계에 관심이 많지만 막연한 불안감으로 승계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연초부터 중견ㆍ중소기업 대상으로 가업승계 컨설팅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한번 상담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재무상황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가장 효율적인 가업승계 전략을 짜주는 서비스다.

회계법인과 손을 잡고 가업승계 서비스를 강화하는 곳도 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KPMG 삼정회계법인과 지난 4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업의 가치(지분)를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해야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승계가 여의치 않으면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이 분야의 전문 업체가 바로 대형 회계법인이다. 삼성증권도 최근 삼일ㆍ삼정회계법인과 제휴를 맺었다.

“가업승계 10년 준비해야 세금 부담 줄여”

기업가가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상속ㆍ증여세 등 세금 부담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곳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8%가 세금을 꼽았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가업승계 전문가들은 “하루라도 빨리 가업승계 플랜을 짜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10년을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박 본부장은 “연 매출이 3000억원 미만이면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는 게 가업승계의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자격 요건은 까다롭지만 CEO의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혜택을 받은 경우 고용ㆍ자산ㆍ종사 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기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됐다.

김소연 신한금융투자 자산관리솔루션부 세무사는 “당장 공제 혜택을 받지 않더라도 사업과 무관하거나 활용 가치가 낮은 부동산이나 주식은 정리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상속을 앞두고 서둘러 팔거나 증여하면 세금이 더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자산은 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토지, 공장 등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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