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체제 1년…참고 기다리던 문화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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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구광모

구광모

오는 29일이면 구광모(41) ㈜LG 대표가 취임한 지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6월 고 구본무 회장 별세 직후만 하더라도 국내 4대 기업 중 한 곳인 LG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40대 젊은 총수인 구 대표 체제는 재계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성과 안 나는 부문은 빠르게 정리 #전장·로봇도 내년 영업익 목표 #CNS 매각, 또다른 M&A 가능성 #“많이 듣는 스타일, 말 통하는 리더”

재계 안팎에선 구 대표 취임 이후 LG가 이전 대비 실리를 중시하고 의사 결정이 빨라졌다는 얘기가 많다. 성과가 날때까지 참고 기다려주던 ‘인화의 LG’에서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 4월 LG전자 평택 스마트폰 공장의 생산 중단 결정이다. LG전자가 내린 결정이지만, 구 대표는 해외 이전에 따른 외부 비판보다는 LG전자 모바일 사업을 맡는 MC사업본부가 어떻게 생존할지, 어떻게 최고 가치를 지닌 스마트폰을 생산할 지를 염두에 두고 ‘베트남 이전 결정’을 수용했다고 한다.

LG 계열사 소속 한 임원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산시설은 ‘지산지소(현지생산-현지소비)’ 원칙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큰 원칙”이라고 전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16분기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엔 미국 남부 테네시에 세탁기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40대 구 대표는 자신을 부를 때 ‘회장’이 아닌 대표로 호칭하길 원한다. 60대 이상으로 구성된 부회장단(6명)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식 직위, 서열보단 미국식 직무 중심 마인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리콘밸리와 LG전자 뉴저지법인 등 미국에서 일한 구 대표가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경영에 접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별로 진행된 올 상반기 사업보고회에서도 핵심을 추려서 ‘집중과 선택’ 방식으로 토론을 제안했다고 한다. LG 한 고위 임원은 “목록에 나와 있는대로 순서대로 길게 토론할 필요없이 ‘이것, 이것만 하는게 어떻습니까’라고 되묻더라”고 답했다. 또다른 LG 관계자는 “젊지만 충분히 얘기가 통하는 리더”라며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스타일”라고 말했다.

2년 차를 맞은 구 대표는 LG 전체의 사업 개편을 보다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전장, 로봇 등 신 성장 분야에 있어서도 2020년 4분기부턴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 주식을 8000억원에 인수 작업 중이고,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전장 조명 회사 ZKW를 1조4440억원에 사들였다.

미래 성장 동력엔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LG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재편한다. 대표적으로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LG화학·LG CNS가 공동 투자한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지난 2월 청산하기로 했다. 5000억원가량 투자했지만, 수소연료 분야에서 기대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선 지주회사 ㈜LG가 시스템·통합 계열사인 LG CNS 지분(35% 이상)을 어떻게 팔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매각 대금은 1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CNS 지분 매각 딜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LG는 1조원 가량의 현금을 쥐고 또다른 인수합병(M&A)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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