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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현장검증 안 한 이유…경찰 "야만적인 조리돌림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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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 [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 [연합뉴스]

이른바 '고유정 사건'으로 불리는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 초동 수사를 담당했던 제주동부경찰서 경찰관 5명이 경찰 내부망에 부실수사 논란에 대한 해명글을 올렸다고 25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 관련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해명글은 지난 20일 오후 8시 20분쯤 경찰 내부 통신망인 '폴넷'에 올라왔다. 이 글은 관련 경찰관 5명 공동명의로 작성됐다.

"사건 초 실종신고…타살 무게 안뒀다"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호송차를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호송차를 막아서고 있다. [뉴스1]

경찰관 5명은 사건 초기 이 사건을 단순 실종이나 자살사건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7일 (피해자가) 자살할 우려가 있다는 최초 신고에 따라 피해자의 최종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파악, 실종수사팀원 2명을 투입해 주변을 수색했고, 다음날 펜션 인근 분교 방범용 CCTV를 확인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또 "이혼한 부부가 어린 자녀와 있다가 자살 의심으로 신고된 사건에 대해 초기부터 강력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라는 비판은 결과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이라며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사건 발생 현장인 제주 펜션 인근의 CCTV 영상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피해자 유족이 직접 찾아 가져다 준 뒤에야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 사건 발생 이틀 뒤인 27일 고유정이 범행 장소를 떠나면서 버린 쓰레기 종량제봉투 4개의 존재를 미리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동부서 경찰들은 "고유정의 범행 과정을 봤을 때 범행을 숨기기 위해 제주지역에는 시신을 유기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고, 펜션 주변에 버린 것은 범행 과정에 사용했던 이불이나 수건 등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펜션 폴리스라인 안 친 이유? "주민 불안감 때문"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한 후 종량제 봉투를 버린 쓰레기 분리수거장. 편광현 기자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한 후 종량제 봉투를 버린 쓰레기 분리수거장. 편광현 기자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펜션에 폴리스라인도 치지 않는 등 현장 보존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관들은 "폴리스라인은 설치 시 불필요하게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이 조성되고, 주거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5월 31일 전까지 혈흔을 찾는 루미놀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루미놀 검사 이후에는 채 펜션 주인이 사건 현장을 청소를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는 현장을 훼손하게 허락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경찰은 "해당 펜션은 독채이고 주 범죄 현장이 펜션 내부다. 지난달 31일 펜션 내부에 대한 정밀 감식 및 혈흔 검사를 완료했다"면서 "감식 종료 후 범죄 현장을 타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사건 송치 시까지 위 펜션을 경찰에서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임대해 출입문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고유정 현장검증 "야만적 조리돌림 우려해 안 해"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또 살인 사건 피의자인 고유정의 현장검증을 실시하지 않은 이유도 해명했다. 앞서 제주동부서는 고유정이 살인혐의 등을 인정한 다음 날인 지난 7일 현장검증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관들은 "피의자가 범행 동기에 대해 허위 진술로 일관하고 있었고, 굳이 현장 검증을 하지 않더라도 범죄입증에 필요한 DNA, 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의 현장검증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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