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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명환 위원장 구속에 총파업…민주노총, 법위에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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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에 반발해 온 민주노총이 어제 대정부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청와대 앞 집회에서 총파업 일정과 비상체제 구축을 밝히는 등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공동 총파업 투쟁을 통해 사회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를 알릴 것이며, 18일 ‘문재인 정부의 노동탄압 분쇄’를 내건 전국 투쟁(총파업 대회)으로 확장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김 위원장 구속 이전부터 “우리가 받은 것의 두 배 이상을 갚아 다시 민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나겠구나 느낄 수준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사전 예고한 대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 구속을 정부의 노동탄압으로 연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가 구속된 건 총 네 차례 국회 앞 불법 시위를 계획·주도한 혐의를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들 집회에선 조합원들의 경찰관 폭행, 장비 파손, 국회 무단 칩입 등의 불법행위가 자행됐다. 특히 올해 3~4월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에 개입한 민주노총 간부 6명은 이미 재판에 넘겨졌고, 이 중 3명은 구속기소됐다. 법원 판단엔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면 될 일이다.

더욱이 이 정부 들어 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될 만큼 법 집행은 엄중하다. 그럼에도 법 절차는 도외시한채 파업 투쟁에만 집착한다면 법 위의 상왕으로 군림하려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 뻔하다. 또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촛불정권이 아니다. 재벌 존중과 노동탄압을 선언했고, 저임금 및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한 정책 의지를 상실했다”고 한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틀린 견강부회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는 현실은 뭔가. 이러니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촛불 청구서’를 내밀다가 성에 차지 않자 보복 파업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 정부 창출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지나쳐 스스로 괴물이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노조 독재’ 국가인가.

민주노총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여당의 책임도 크다. 비정규직 제로(0) 선언,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계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 반면에 공권력은 크고 작은 폭력 집회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민주노총도 총파업에 대한 원칙이나 철학 없이 힘의 논리로만 밀어붙인다면 국민은 물론 조합원으로부터도 외면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3월 총파업 때 전체 조합원의 1%도 안 되는 3000명 참여에 그친 것을 스스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