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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홍대에서 붉은 피켓들고 모인 홍콩인들 "송환법 반대"

중앙일보

입력

21일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콩인들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국에서 근무 중인 컹 펑(40·왼쪽부터), 한국에서 어학을 공부 중인 유학생 데이비드 하(29), 집회를 기획한 카렌 장(30). 박해리 기자

21일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콩인들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국에서 근무 중인 컹 펑(40·왼쪽부터), 한국에서 어학을 공부 중인 유학생 데이비드 하(29), 집회를 기획한 카렌 장(30). 박해리 기자

21일 오후 9시 30분,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쓴 사람 10여 명이 모였다. 홍대 인근에서도 가장 붐비는 이곳에서 이들은 붉은색 피켓을 꺼내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 본토로 범죄인 송환을 가능하게 하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집회를 지난 11일부터 이어온 홍콩인들이다. 이날은 6번째 집회였다.

이 집회는 카렌 장(30)과 그의 친구 신디 임(30)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한국에 온 지 1년 3개월 된 카렌은 “홍콩에서는 100만, 200만명이 집회에 참여하고 여러 나라에서도 이 같은 집회가 열리는데 한국에는 없어 아쉬웠다”며 “친구와 함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열어 사람들을 모았고 젊은 한국인과 여행객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홍대를 장소로 택했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 150명이 모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9시30분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쓴 홍콩인들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홍콩경찰의 폭력행위를 반대한다. 홍콩시민과 기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라"고 주장했다. 박해리 기자

21일 오후 9시30분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쓴 홍콩인들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홍콩경찰의 폭력행위를 반대한다. 홍콩시민과 기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라"고 주장했다. 박해리 기자

이들은 행인에게 전단을 나눠주며 11시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이 집회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홍콩·대만에서 온 여행객들은 ‘찌아요’ ‘카야유’(加油, 힘내라는 뜻)등을 외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중국인들도 이들의 시위를 지켜봤다. 카렌은 “내용을 듣고는 그냥 지나가는 중국인도 있었지만, 중국 광둥에서 온 한 남성이 ‘홍콩이 중국처럼 자유를 잃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지난 집회에 함께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홍콩인 유학생 데이비드 하(29)는 “홍콩 집회에 직접 참여할 수 없어 이곳에라도 매번 나오고 있다”며 “송환법은 결국 홍콩 언론의 자유와 민주적 권리를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에 일하는 A씨(42)도 “지난주 홍콩에 갔을 때도 집회 현장에 나갔고 이번에는 일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김에 참여했다”며 “홍콩인들은 이 법안 자체만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A씨는 초등학생 6학년이던 1989년 베이징 천안문사태 당시에도 거리에 나갔으며 2014년 홍콩 우산 혁명 때도 참여했다. 그는 "이전에도 많은 집회가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경찰의 무력 진압이 훨씬 컸다"며 "그에 대한 반발도 커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21일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홍콩인들이 '송환법 반대'집회를 열었다. 박해리 기자

21일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홍콩인들이 '송환법 반대'집회를 열었다. 박해리 기자

이날 집회엔 한국인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 이승연(32)씨는 “홍콩에 친구가 있어서 이번 집회에 대해 들었는데, 친구를 도와주는 마음에서 나왔다”며 “오늘 친구도 홍콩 거리에 나갔는데, 서로 사진을 메신저로 보내주며 함께 시위하는 기분으로 참여했다. 친구가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15시간 동안 경찰청 포위 시위 등의 집회가 있었다.

홍대입구역을 지나가던 한국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전단을 받은 20대 B씨는 “배경지식이 없어 잘 모르지만 전단에 쓰여있는 ‘한국인도 향후 저촉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건 너무 앞선 예측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석(34)씨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오히려 우리 한국 정부가 이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11일 홍대입구역에서 열린 첫 집회에 150여명의 홍콩인들이 참여한 모습. [카렌 장 제공]

11일 홍대입구역에서 열린 첫 집회에 150여명의 홍콩인들이 참여한 모습. [카렌 장 제공]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5일 송환법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 하지만 홍콩인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A씨는 “연기라는 것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 원하는 건 철회다. 홍콩인들은 철회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카렌은 “아직 다음 집회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홍콩 현지의 집회 여부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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