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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 10분 전 철회한 트럼프, 볼턴 겨냥 “강경파 역겹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대 이란 보복 공격을 할 경우 ‘150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보고한 사람이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이라고 공개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미군 무인정찰기(드론) 글로벌호크를 격추한 이란을 향해 실행하려던 보복 공격 정황을 언급하며 “우리가 지난밤 세 곳 지점을 보복 공격하기 직전 내가 예상 인명 피해 규모를 물었고 장군은 ‘150명’이라고 답했다. (인명 피해를 내지 않은) 무인 드론 격추에 비례하지 않아 내가 10분 전에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공격 땐 이란인 150명 사망” #던퍼드 합참의장 보고 듣고 중단 #트럼프 “그는 일 잘하는 신사” #이란엔 대규모 추가 제재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캠프 데이비드 별장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던퍼드 합참의장 얘기를 꺼내며 “훌륭한 신사”라고 칭찬했다. 그가 공격을 반대하는 편에 섰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일을 아주 잘하고 있고 멋진 남자, 훌륭한 장군”이라고 거듭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대해선 “매파이고 대개 강경한 입장”이라며 “나에겐 균형을 맞추는 반대편 사람들이 있고 궁극적으로 내가 결정을 내린다. 그의 중동·이라크전에 대한 태도에 아주 반대했고 내가 옳았다는 게 입증됐지만, 그것엔 영원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 볼턴 대신 던퍼드의 조언을 따랐다는 얘기다.

이어 “모두 나를 전쟁광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비둘기라고 하지만 둘 다 아니다”며 “나는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인 드론 격추에 우리는 150명을 죽이는 구상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뉴욕에 훌륭한 이란인 친구들이 아주 많다”며 “절대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누구든 150명을 죽이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측근들과 사적 대화에서 이란 공격 취소와 관련, 행정부 내 강경파를 겨냥해 “이 사람들은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가길 원한다. 정말 역겹다. 우리에겐 더 이상의 전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대당 1억3000만 달러(약 1500억원)인 글로벌 호크를 격추한 것에 아까워하면서도 “미 유권자들에 반향이 더 큰 것은 비용 손실보다는 잠재적 사상자의 수”라고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서는 “이란 지도부가 나쁘게 행동한다면 아주, 아주 끔찍한 날(a very, very bad day)이 올 것”이라며 “군사 옵션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항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도 경고도 했다. 트윗에서도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며 “기존 검증(오바마 행정부 때 합의)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월요일(24일) 중대한 대이란 추가 제재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중동지역 테러조직에 대한 돈줄을 차단하는 금융제재가 포함될 것이란 보도다.

트럼프는 이란 지도부를 향해선 “우리는 핵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그들이 원하기만 하면 매우 빨리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선 슬로건을 인용해 “이란이 다시 부유하고 번영한 나라가 되길 원한다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Let’s make Iran great again)’”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이 지난주 사이버 공격을 주고받았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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