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질 추가 처형 전격 보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베이루트 로이터·AFP=연합】이스라엘 측이 억류중인 회교지도자 등의 석방을 요구하며 제2의 미국인 인질 처형을 위협해온 레바논 내 친이란 회교 과격세력은 3일 오후10시쯤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45분여 남기고 처형을 보류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미국의 군사보복 경고와 함께 중동위기를 일단 진정시켰다.
「혁명정의단」이란 명칭의 회교단체는 자신들이 억류중인 미국인 회계사 시시피오씨에 대한 처형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찍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그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미국의 구걸」에 의한 외교중재 노력 등을 감안, 처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향후 수일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정이 취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NBC-TV는 2일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 친이란계 시아파 회교단체들이 레바논에 억류돼있는 미국의 두 번 째 인질을 처형할 경우, 군사적 공격을 명령할 태세가 돼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국방성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부시 대통령은 레바논내의 시아파 과격회교단체들의 시시피오씨 처형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펴고있으나 이 노력이 실패할 경우, 시아파 회교단체와 이를 지원하는 이란 내 후원자들에 대해 보복을 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 상원은 이날「혁명정의단」이 시시피오씨에 대한 처형결정을 보류한다고 발표하기전 결의문을 채택, 그가 처형될 경우 취해질 「적절한 보복조치」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많은 서방 및 이란의 정치분석가들은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바라는 이란 내 강경 세력들에 대한 라프산자니 신임 대통령의 입장 약화를 초래하면서까지 이란에 대한 보복을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한편 미국무성은 3일 베이커 국무장관이 오베이드와 레바논에 억류된 이스라엘군 병사 및 서방인질을 교환하려는 이스라엘정부의 제안을 묵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를 부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