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박철언 방북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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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철언 정무1장관의 북한 비밀방문과 평축 참관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를 두고 박 장관 측에선 사실을 부인하다못해 자신을 정치적으로 거세하려는 모략이라고까지 주장하고 나서고 있으나 소문은 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간 비밀교섭 사실을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밀실외교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셈. 온갖 소문들의 진상을 추적해 본다.
○…박찬종·이철 두 의원의 대정부 서면질의로 터지기 시작한 박 장관 방북설은 문화방송의 6월 두 차례 방북보도로 더 혼란을 자아내고있다.
특별한 현안도 없고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기에 왜 북한엘 갔겠느냐고 사실을 부인하는 정부측 논리에 대해 박 의원이나 이 소문을 근거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쪽에서 내세우는 이유는 통일헌법의 논의와 남북긴장관계의 완화다.
박 장관은 연초 통일헌법을 논의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북한측 한시해와 접촉한 것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8·15의 통일방안 발표를 앞두고 이에 대한 마무리 작업이 필요해 갔을 거라는 추측이다. 일부에서 8·15 대북 중대발표설과 관련 지우는 이유다.
또 한가지는 박찬종의원 주장처럼 남북 두 정권간의 긴장완화 노력이라는 논리.
즉 북한측이 온갖 힘을 들여 추진하는 평축을 우리측이 비난, 학생대표를 안 보내고 문익환목사·서경원 의원 등 구속으로 양쪽 관계가 험악해지자 이런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필요했지 않았겠느냐고 박 의원은 추측했다.
○…그러나 정부측 주장은 다르다. 당시엔 문 목사·서 의원 사건으로 한창 남북관계가 긴장되고 세계의 시선이 모여있는데 별다른 협상거리도 없이 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박찬종의원은 소식통으로『군 내부소식도 갈 아는 정부 고위관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대체로 통일원의 남북대화관계자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들도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 아니라는 것.
한 정통한 소식통은 박 장관이 북쪽에 가지 않았다는 결정적 이유로 박 장관이 지난 2월부터 사실상 북방외교와 남북문제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박 장관은 금년1월 소련인사들을 불러와 세미나를 열고 헝가리와 수교하던 때를 마지막으로 북방정책에서 손을 뗐다는 것.
박 장관이 북방정책에서 밀려난 것은 미국 측의 강력한 견제와 정부 내 보수세력, 박 장관이 북방정책을 독점해버리고 대북 핫라인까지 가져가는 바람에 화가 난 안기부, 밀사외교에 불만을 품는 외무부·통일원 등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박 장관의 원맨쇼적인 .행동에 제동을 걸었으며 가장 결정적인 것은 군부 쪽의 강력한 항의 때문.
박 장관은 이때부터 청와대에서 국내정치문제를 다루고 중간평가대책을 세웠으며 결국은 집중타를 맞고 노태우 대통령도 그를 방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이 같은 흐름에 정통한 소식통은 『박 장관이 북한은커녕 다른 공산권으로 비밀여행을 했더라도 정부 내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을 것이며 노 대통령이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박 장관의 방북설은 잘못된 판단에 의거했거나 아니면 재야의 조직적인 정보 조작, 또는 영등포 을구 재선거용 매터도라는 추측도 나온다.
○…재야의 조직적인 정보조작이라고 보는 견해는 이 소문이 서경원 사건으로 김대중평민당총재에 대한 출두요구서가 나오는 등 이른바 서의원 간첩사건이 한창이고 임수경양의 입북행각이 클로스업 되는 시기에 나돌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때는 한 야당 총재가 민정당과 결탁했다는 소문과 함께 박 장관의 방북설이 나돌아 관련된 야당 측에서 바짝 긴장해 소문을 추적하다 「재야의 조직적 움직임이며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재야 측은△대북 비밀외교를 공개할 수 없을 것이며△방북사실을 부정하는 입증도 어렵다는 약점을 이용해 임수경·문규현 신부의 입북과 서의원 사건을 희석시키려고 했을 것이라는 것.
영등포 을구 재선거용이라고 보는 것은 이 소문을 대정부 질문으로 증폭시킨 박찬종·이철 두 의원이 모두 범민주 고영구후보 선거대책기구 책임자들이므로 화제를 만들어 뉴스의 초점을 모으기 위한 책략이라는 해석이다.
○…한가지 흥미 있는 추측은 여권내부의 권력다툼을 위한 음해라는 설이다.
박 장관은 4일 기자들에게『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자체 생산해 흘리고 있는 것 같다』 고 주장했는데 박 장관은 정보제공자로 여권 내 일부 인사를 지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부 인사의 경우 박 장관에 관한 구설수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을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모호한 태도를 취해 이 때문에 이를 흘리는 폭이 K·L씨, 또 다른 정부측 L씨 등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당내에서는 지난번 중집위 때 박준규 대표위원이 공식해명을 요구해 박 장관이 『터무니 없는 일』 이라는 공식해명을 믿고있다. <김두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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