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혼자 사는 여성 따라가 "재워달라"···비번도 엿본 노숙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서구 한 오피스텔 한 집 문 앞에서 김모(39)씨가 문고리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재워 달라'고 요구하며 집에 침입하려 한 혐의(주거침입)로 김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서구 한 오피스텔 한 집 문 앞에서 김모(39)씨가 문고리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재워 달라'고 요구하며 집에 침입하려 한 혐의(주거침입)로 김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비슷한 일이 광주에서 벌어졌다.

광주 서부경찰서, 주거침입 강간미수 검토 #술 취한 여성 15분간 지켜보다 범행 시도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것 보고 메모까지 #초인종 수차례 눌러…경비원 말 걸자 도주

광주 서부경찰서는 23일 "혼자 사는 여성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려 한 혐의(주거침입)로 김모(3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0시 4분쯤 광주 서구 한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20대 여성 A씨 집에 침입하려 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술에 취한 A씨를 부축하는 척하며 뒤따라간 뒤 현관문을 여는 A씨 팔을 붙들며 '재워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놀란 A씨는 급히 김씨 손을 뿌리치고 집에 들어갔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문을 못 닫게 붙잡고 문틈으로 손을 밀어 넣기도 했다.

김씨는 A씨가 집에 들어간 뒤에도 문 앞에서 10여분간 머물렀다. 잠시 건물 밖을 살피고 돌아오더니 다시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며 '집에 들여보내 달라'고 했다.

김씨는 그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오피스텔 경비원이 나타나자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런 장면이 찍힌 건물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토대로 범행 당일 오후 2시 18분쯤 인근 병원 계단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일정한 직업과 거주지가 없는 노숙자였다. 성범죄 관련 전과는 없었다.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신림동 강간 미수범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 트위터]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신림동 강간 미수범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 트위터]

앞서 김씨는 술에 취해 오피스텔 입구에 앉아 있는 A씨를 15분가량 지켜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A씨를 뒤따라가 옆에서 부축하며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뒤 범행을 시도했다. 김씨는 A씨가 누른 현관문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보고 메모까지 해둔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여성에게 '잠잘 곳이 없으니 재워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이를 거절해 뒤따라갔다"고 진술했다. '재워 달라'는 말에 성관계를 요구하는 뜻도 담겼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경찰은 김씨 진술과 CCTV에 담긴 정황 등을 토대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로 변경·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술 취한 여성의 지갑을 훔치는 등 2차례 절도 행각을 확인해 여죄를 캐고 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피해 여성에게는 임시 숙소를 제공하고, 여경을 '피해자 보호관'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7일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된 조모(30)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조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6시 20분쯤 신림동 한 주택가에서 귀가하는 여성 B씨를 뒤쫓아간 뒤 이 여성의 집으로 들어가려 하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것처럼 협박한 혐의다.

조씨가 B씨 집 현관문이 닫히기 전 황급히 들어가려 한 모습과 문고리를 잡고 문을 두드리는 모습, 휴대전화 플래시 기능을 이용해 잠금장치에 찍힌 지문을 확인하는 모습 등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 영상은 '신림동 강간 미수범'이라는 제목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여성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