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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명, '3자'에서 '4자'로 더 복잡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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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국빈 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CCTV 유튜브 캡쳐]

북한을 국빈 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CCTV 유튜브 캡쳐]

 북한 비핵화를 풀기 위한 해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중국이 21일 마무리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첫 북한 국빈 방문을 계기로 과거와 다른 대북 관여 정책을 예고하면서다.
“북한의 안보를 돕겠다”는 시 주석의 공언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한동안 남ㆍ북ㆍ미가 진행해 오던 비핵화 협의 구조가 남ㆍ북ㆍ미ㆍ중 4자 구도로 재편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통화에서 “3자 구도로 전개되던 북핵 협상의 구도가 중국 참여로 4자로 커지게 됐다”며 “이는 시간이 지나면 북한이 변하거나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인식에 대한 북한의 대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ㆍ미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와중에 한국 역시 북한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자 그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왔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방북을 앞두고 1958년 중국군의 북한 철수라는 과거를 꺼내 들었다. 시 주석이 노동신문 기고에서 인용한 ‘북ㆍ중 우의의 노래(中朝友誼之歌)’의 배경이 58년 중국인민지원군의 북한 철수다.  21일 시 주석은 모란봉 북쪽 기슭에 자리한 ‘북중우의탑(中朝友誼塔)’을 찾았다. 이 탑의 건설 배경 역시 58년의 중국 철군이다. 그해 2월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철군에 합의한 뒤 이 탑을 짓기로 결정했다.
그런 시 주석이 20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여건을 창조하고 또 쌓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958년 북한에서 빠져나갔던 중국이 이제 북한의 안보르 챙겨주겠다고 한 게 된다. 그래서 시 주석의 이번 방북 메시지는 ‘돌아온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0일 칼럼에서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해 국제사회의 협력 없이는 풀릴 수 없다”며 “중국의 참여는 불가결한 것”이라고 주장해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입김이 거세질 것을 예고했다.
‘돌아온 중국’은 한국 정부에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예컨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과 미국이 의견을 좁혀도 중국이 자국 이익을 고려해 뭔가를 넣거나, 빼야 한다고 개입하면 협상 진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어서다. 또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대북 쌀ㆍ비료 지원 등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레버리지를 높인다. 또 미ㆍ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중국이 북한을 성동격서(聲東擊西)식의 대미 카드로 쓸 가능성도 있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한국 정부로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등장한 게 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문제를 해결하려던 북한이 중국에 의지하게 되면 한국의 역할 축소는 물론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경우의 수도 더욱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한국, 북한 견인 못하자 중국이 비집고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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