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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오염" 싸고 엇갈린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염색체 이상 유무 등 정밀검사가 열쇠>
최근 영광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했던 김모씨(31)의 부인 박모씨(28)가 「뇌 없는 아이」를 두 차례나 유산한 사건의 원인을 두고 본인과 일부 의료단체, 정부, 그리고 학계가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며 대립하고있다.
◇각계 공방=인도주의 실천 의사협회 광주지부 등 4개 의료단체들은 김씨의 혈액을 서울경찰병원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혈액 1입방㎜속의 백혈구 수가 성인 남자의 경우 최하한선인 5천개에도 못미치는 4천8백개였다며 방사선 피폭 가능성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과기처는 성명을 통해 『김씨는 방사선 관리구역에 근무하지 않았고 설사 방사능에 피폭됐다해도 근무기간이 짧았던 점을 고려할 때 유전자를 파괴당할만한 선량은 절대 쬐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기처는 또 『유전자 결함을 가진 태아의 발생빈도는 10%선인데 반해 방사선 피폭에 의한 유전적 결함의 발생은 1백 래드(rad)의 피폭에서 0.2%정도』라며 무뇌아 발생의 원인을 은근히 김씨의 유전적 결함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편 학계에서는 뇌 없는 태아는 신생아 1천 명당 1∼2명 꼴로 발생하는 기형아로 방사선에 의해 무뇌아가 발생했다는 국내보고는 아직 없었고 무뇌아의 대부분이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는 점 등을 들어 김씨의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방사선에 의한 유전자 이상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
원자력병원 홍성운 박사(핵의학)는 『방사능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무뇌증이 일어났다는 국내보고는 없었으며 국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그러나 가능성은 있으므로 김씨의 방사선 피폭량과 염색체이상 유무를 정밀검사 해 보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오보훈 교수(모체 태아학)는 『무뇌아의 대부분이 외견상 건강한 부부사이에서 생기므로 발생원인을 규명하기 힘들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 일어나는 다인자성 유전질환인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무뇌증이란=유전질환은 발생원인에 따라 염색체 이상에 의한 것과 단일변이유전자에 의한 멘델성 유전질환, 그리고 다인자성 유전질환 등 세 가지로 대별되는데 무뇌증은 언청이·선천성 심장질환 등과 함께 다인자성 유전질환에 속한다.
무뇌증은 부모로부터 받은 불순한 유전적 특성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기형유발약제(항암제인 아미노프테린·살충제·마취제 등)복용 ▲기형유발성질환(매독·결핵 등)의 감염 ▲임산부질환(당뇨병 등)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결국 일반적인 무뇌증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상승작용을 해 발생하므로 웬만한 방사선 피폭만으로 일어나기는 힘들다는 게 학계의 입장.
그러나 몸 속의 염색체를 변형시킬만한 강한 방사능에 피폭됐을 경우에는 방사선이 무뇌증의 직접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염색체와 유전자에 대한 정밀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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