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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유정, 아들 둘 쌍둥이라며 어린이집에 같은 성 표기 요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들 성(姓) 불화…범행동기 드러나나

신상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이 카메라 앞에 선 모습. [뉴시스]

신상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이 카메라 앞에 선 모습. [뉴시스]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이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하는 가운데 친아들의 성씨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유정, 어린이집서 “현남편 성씨 써달라” #숨진 전남편은 “강씨집안 첫째 아들” 강조 #설날 아들 친가 데려갔다 4달 뒤 이혼통보

충북의 한 보육시설 관계자는 20일 “고유정이 지난 1월 초께 친아들(5)과 숨진 의붓아들 A군(5)이 함께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면서 두 아이가 쌍둥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두 아이의 성(姓)을 같게 표기해 달라”는 요청을 의아해하던 보육시설 측에 형제임을 주장하기 위해 고유정이 둘러댄 말이다. 고유정은 이날 “조만간 개명해서 친아들의 성을 바꿀 것”이라며 “두 아들은 형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고유정이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기 8일 전인 지난달 17일께 다정하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 가족관계등록법상 아이를 현남편 아들로 바꾸려면 전남편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고유정은 평소 강씨에게 쓰지 않았던 물결 모양 같은 이모티콘을 넣어가며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씨는 친동생에게 이 문자를 보여주며 “야 이거 봐봐. 나 소름 돋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숨진 강씨는 양육비를 고유정에게 꼬박꼬박 보내는 등 아들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지난달 25일 고유정에게 살해된 전남편. [중앙포토]

지난달 25일 고유정에게 살해된 전남편. [중앙포토]

고유정, 살해 8일 전 ‘다정 문자’

강씨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숨진 당일 승용차 안에서 부르던 노랫말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강씨는 전인권의 ‘걱정하지 말아요’를 “성은 강, 이름은 ○○(아들 이름), 강씨 집안의 첫째 아들”이라 바꿔 불렀다. ‘강씨 집안’과 성이 ‘강’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아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다. 강씨가 살해된 제주 펜션으로 향할 때 열창을 한 음성은 차량 블랙박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고유정과 강씨가 이혼한 배경에도 아들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씨 측은 이날 “2016년 2월 설날에 처가 반대를 무릅쓰고 아들을 친가에 데려간 게 결정적 이혼사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아들을 친가로 데려간 것을 놓고 고유정의 가족과 다툼을 벌이면서 부부 사이가 틀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날 이후 고유정의 아버지는 숨진 강씨를 보면 “네가 나를 아냐?”며 못 본 척 했을 정도다. 당시 강씨는 처가에서 자던 아들을 깨워 친가에 데려갔다가 4개월 뒤 고유정에게 이혼 통보를 받았다.

앞서 고유정과 강씨가 이혼 후에도 아들의 친권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은 경찰 조사를 통해서도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강씨는 면접교섭권 소송을 통해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던 날 고유정에게 살해됐다.

경찰이 지난 15일 경기도 김포시 소재 한 쓰레기 소각장에서 '전 남편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찾고 있다.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경찰이 지난 15일 경기도 김포시 소재 한 쓰레기 소각장에서 '전 남편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찾고 있다.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현재 가정 지키려…성씨 집착 가능성

검찰 역시 고유정이 강씨와의 첫 자녀면접이 잡힌 후 보름간 범행을 준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유정은 지난달 9일 가사재판에서 패소하자 이튿날부터 ‘뼈 무게’ ‘살인도구’ 등 범행 관련 단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감기증세를 호소하며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구입한 뒤에는 제주로 들어가 흉기와 종량제봉투 등을 샀다.

프로파일러들은 전남편과 자녀의 면접교섭권 소송에서 패하면서 현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고유정의 입장에선 아예 아들의 성을 현남편과 같게 하면 이런 불안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여겼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일반적으로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의 성을 강제로 바꾸려는 욕구가 크지 않은데, 고유정은 직접 그런 요구를 하고 실행에 옮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명을 통해 현재 결혼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이병준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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