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지급한 삼성그룹 성과급 알아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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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삼성그룹이 10일 계열사 사업부 별로 직원들에 지급한 성과급 규모를 보면 이런 원칙을 실감할 수 있다.

삼성의 성과급은 매년 초 한차례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과 6개월마다 주는 생산성 격려금(PI)으로 크게 나뉜다. PS는 한해 달성한 초과이익의 20%를 나눠주며 많으면 연봉의 50%까지 준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본 총액 34조4400억원의 14% 정도인 4조8000억원을 기준이 되는 이익으로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7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지난해는 기준이익보다 2조8000억원 정도 초과하는 이익을 낸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른 PS 총액은 20%를 곱해 5600억원 정도인 셈이다. 이를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나눠준다. 올해 초 지급한 PS는 기본이 11%, 반도체.휴대전화 등은 50%, 국내영업사업부는 28%였다.

계열사 별로도 이 편차는 크다. 삼성코닝정밀유리와 삼성토탈이 각각 49.7%,48%, 삼성화재는 27%를 받았다. 삼성SDI.삼성전기.삼성카드 등은 전혀 받지 못했다.

이번에 지급한 PI는 초과이익을 나누는 PS와는 달리 연초 설정한 경영 목표를 달성했을 때 주는 것이다. A등급 사업부는 월 기본급의 150%, B등급은 100%, C등급은 50%를 받는 식이다. 가령 A등급 사업부 소속 10년 차 과장급은 월 기본급의 1.5배인 300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 따라서 PI 규모를 보면 삼성의 당초 경영 목표를 대충 가늠할 수 있다. 삼성이 PI를 공개하길 꺼리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경우 히트 모델을 잇따라 내놓은 휴대전화 부문과 LCD TV '보르도'가 성공을 거둔 TV 부문이 상반기 평가에서 A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부문 안에서도 메모리는 A, 시스템LSI는 C였다. 지난해 하반기 A를 받은 LCD는 B로 떨어졌다. 삼성코닝정밀유리, 디지털 카메라 사업이 호조를 보인 삼성테크윈은 A를 받았고 삼성SDI는 PDP 가격 급락으로 B에 머물렀다. 삼성전기.삼성코닝은 B로 올라섰다.

이처럼 삼성의 보상 체계는 철저한 실적주의다. 게다가 좋은 평가를 받아 고위직에 오를수록 보상이 큰 폭으로 느는 '상후하박(上厚下薄 )'이 특징이다. 연봉은 대리급까지 동종 업계와 비슷하지만 과장 이후부터 앞서나간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덕분에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2004년 기준으로 7130만원에 달했다. PS를 도입하기 전인 2000년(3670만원)의 거의 두 배다. 그러나 매년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는 5%는 회사를 떠나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의 인사팀 관계자는 "과장 단계에서 30% 정도 회사를 떠나고 차장.부장을 거쳐 임원이 되는 경우는 신입사원 100명 가운데 2~3명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의 성과 중시형 경영에는 양면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일본에서 연구원을 모집하자 일본식 연공서열형 제도에 불만을 품던 현지 고급 인력이 대거 지원했다. 반면 성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놓고 내부 갈등이나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는 일도 종종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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