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카나리아색’은 어떤 색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카나리아색 좀 빌려줄래?” “카나리아색은 없는데. 대신 크롬노랑색을 빌려줄까?”

이처럼 ‘카나리아색’이나 ‘크롬노랑색’이란 얘기를 들으면 무슨 전문 용어인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색연필이나 물감, 크레파스, 색종이 등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문구류에 적혀 있는 색이름이다.

무슨 의미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색이름은 이뿐이 아니다. ‘대자색’ ‘상아색’ 등도 이름으로 색깔을 유추해내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문구류 산업표준(KS) 7종의 색이름을 보다 쉽게 바꾸어 공표했다.

‘카나리아색’은 ‘레몬색’, ‘크롬노란색’은 ‘바나나색’, ‘대자색’은 ‘구리색’, ‘상아색’은 ‘연노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레몬색’ ‘바나나색’이라 하면 그 색깔이 어떠한지 쉽게 연상될 뿐 아니라 표기나 발음도 쉬워 대부분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래어 대신 우리말로 표준색 이름을 바꾸었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에 바뀐 색이름 중에는 이름과 실제 색의 차이로 혼란을 유발하는 것도 포함됐다. ‘진보라’라고 하면 ‘진한 보라색’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진보라’는 연한 보라색을 지칭하고 있어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이번에 ‘진보라’를 ‘밝은 보라’로 바꿔 의미가 혼동되지 않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했다.

‘진갈색’과 ‘진녹’도 마찬가지 이유로 ‘밝은 갈색’과 ‘흐린 초록’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 밖에 ‘연주황’은 ‘살구색’, ‘밝고 여린 풀색’은 ‘청포도색’, ‘녹색’은 ‘초록’, ‘흰색’은 ‘하양’, ‘개나리색’은 ‘진노랑’으로 바뀌었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