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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팬티 모양은?” “나랑 자볼래?”…성희롱 만연한 서울시 공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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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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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 공무원의 성희롱 문제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와 유관기관 공무원들의 성희롱과 인권침해 사례가 담긴 ‘서울특별시 시민인권보호관 인권침해결정례집(2018)’이 19일 공개됐다.

시정권고를 받은 32건 중 성희롱 사건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체적·언어적 성희롱이 상당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위탁시설의 한 간부는 직원 5명에게 신체접촉을 했다. 직원 A씨를 뒤에서 들어 올리고, 직원 B의 귓불·배·어깨와 뒷목 사이를 만졌으며, 또 다른 직원 C와 D의 옆구리나 등을 만지고, 직원 E의 얼굴을 비비고 안았다. 간부와 직원들은 상하관계였다. 적발된 간부는 연령·근속연수·인사권 등에서 직원들보다 우월한 지위였다. 모두 근무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피해자들은 모멸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서울시 여직원은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며 1층 로비에서 승강기를 기다리던 중 간부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간부는 여직원의 허리 오른편을 감싸 낚아채듯 뒤로 당겼다. 그녀는 뒤로 두세 걸음 밀려나며 “지금 뭐 하세요? 술 드셨냐?”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재차 항의했지만 그는 '반가워서 그런 거다, 미안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체 접촉 외에 언어적인 성희롱 사례도 있었다. 서울시 산하 센터의 한 간부는 회식자리에서 여성직원에게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를 갖냐"라고 묻거나 또 다른 직원에게 “남자친구는 삼각팬티를 입냐, 사각팬티를 입냐”는 등의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사업소의 한 직원은 여직원과 출장을 함께 다녀오던 중에 남근 모양 그릇·숟가락·장식품 등이 가득한 한 카페에 데려가 “애인은 있냐, 부부생활 괜찮냐” 등을 물었다. 같은 사업소 다른 직원도 피해자에게 “나랑 자볼래”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신체·언어적 성희롱 피해자를 두고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외부발설을 막는 등의 2차 피해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시 한 사업소 대표는 직원특별교육에서 성희롱 가해자를 두고 “그분이 나쁜 뜻으로만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나이가 든 남자는 좋은 뜻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피해 신고와 관련해 "조직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여러분에게 좋지 않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다른 곳에 알리지 말고 나에게 알려라"라고 말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밖에 ‘원래 조용한 사람이 술 먹고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거’라는 취지의 가해자 옹호 발언이나 “웃고 다니지 말라”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사업에서 배제되거나 근무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했다.

서울시는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구제하기 위한 합의제 의결기구인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를 2016년에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결정사례집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해 32건의 시정권고 결정을 했다. 성희롱 사건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격권 침해사건 6건을 비롯해 직장 내 괴롭힘, 종교의 자유 침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이 발생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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