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웨이 방북 … '중국 뜻'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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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10일 오전 베이징(北京) 공항을 출발해 평양 방문길에 올랐다.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찾는 중국 대표단은 긴장국면 탈피 해법을 놓고 북측과 긴밀한 협의를 벌였다. 신화통신은 이날 후이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친선대표단이 북한 정부의 초청으로 북한 방문을 위해 출발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 미사일 돌파구 열리나=대표단에는 6자회담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사진) 외교부 부부장이 포함돼 있다. 우 부부장은 평양에 도착해 김계관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 미사일 국면 타개와 회담 재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은 이 자리에서 7일 베이징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전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의 북한 설득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 중단과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해외 자금 동결 해제에 대해 중국이 분명한 답을 내놓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대북 무상 물자지원 및 석유공급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며 북한에 미사일 추가발사 취소와 협상 테이블 복귀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표단은 15일까지 북한에 머물 예정이다. 대표단은 형식상 '중.조 우호협력 상호 원조조약 체결 45주년 기념행사'참석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 부부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 후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와 관련된 문제를 협의하는 일종의 특사 성격을 띠고 있다.

◆ 북.중 관계 이상 기류=최근 들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잡히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했다. 나아가 중국은 미사일 발사 전에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호주를 방문했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분명한 경고를 했고, 이어 외교 경로를 통해서도 반대 의사를 전했는데 북한이 정면으로 거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공식발표가 있기 한 시간 전에야 통보받았다는 것. 말하자면 북한은 거듭된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공식 성명을 내기 직전에야 중국에 이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다.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의 특수 관계가 언제나 강조되고, 대외 공표 없이 무상 물자가 전달되는 양국 관계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매우 비정상적이다. 중국의 북한 다루기에 이상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의 관측통들은 몇 가지 조짐으로 이를 설명한다. 중국이 2600만 달러를 들여 지난해 11월 지어준 평양 인근의 대안유리공장을 놓고 불거진 양국 간 갈등이다. 북한 측은 이 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중국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봄 양국이 서로 취한 공무여권 소지자에 대한 '6개월 무비자 입국'철회 조치도 그런 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배경에는 경제교류를 바탕으로 점차 강화되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한 북한의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아울러 이런 감정의 골이 미사일과 핵 문제에 관한 양국 간 공조에 이상기류를 만들어 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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