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드 위조한 해외쇼핑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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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회사원 이 모(39)씨는 최근 신용카드 청구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달 해외에 나간 적이 한 차례도 없었는데도 미국 시카고의 한 백화점에서 140달러어치의 물건을 구입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카드사에 문의해 본 결과 "본인이 출국한 사실이 없다면 해외에서 누군가가 위.변조된 카드로 물건을 구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물론 이 경우 고객의 과실이 없으면 카드사들이 대부분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청구서가 아예 날라오지 않을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가 신용카드 해외이용자의 출국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오는 13일부터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카드가 해외에서 분실.도난 등으로 위.변조돼 불법으로 사용되는 것을 차단해 고객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 시스템은 해외에서 카드 결제가 행해질 경우, 카드사가 법무부의 출입국 정보 전산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출입국 여부를 확인한 뒤 결제승인을 해주는 방식이다. 회원이 출국한 사실이 없으면 결제가 취소된다.

지금도 카드 회원이 원할 경우 해외거래를 일시 정지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매번 정지 또는 해지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부 김민기 팀장은 "신용카드 해외 이용자의 출국 여부 확인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것"이라며 "해외에서의 카드사고가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드 회원이 출국여부 확인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해당 카드사에 전화로 직접 신청해야 한다. 카드사가 회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고객의 출입국 여부를 확인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게 된다.

출국여부 확인 시스템에도 문제점은 있다. 국내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살 경우 결제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해외 지역에서 카드를 말 그대로 '긁을' 경우에도 방법이 없다.

국내 카드사가 결제를 승인해주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당분간은 고객의 출입국 여부가 실시간 점검되지는 않는다. 법무부의 출입국 정보 전산시스템의 용량의 한계로 카드사와 법무부의 전산시스템이 자동으로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해외에서의 카드 사고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 부정사용으로 인한 국내 카드사들의 손실은 2000년 22억원이었으나, 2002년 47억원으로 늘어났고, 2004년에는 7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4000만명 분의 고객 신용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에서 발급된 카드 1만3000여장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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