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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메워 농토 일군 ‘정주영의 꿈’ 40년 만에 다시 바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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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남도는 부남호 방조제 일부를 헐어 해수를 유통시키면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조제 오른쪽이 부남호, 왼쪽은 천수만이다. [사진 충남도]

충남도는 부남호 방조제 일부를 헐어 해수를 유통시키면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조제 오른쪽이 부남호, 왼쪽은 천수만이다. [사진 충남도]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이 건설한 충남 서산 천수만의 부남호 방조제를 약 40년 만에 허무는 역(逆)간척 사업이 추진된다. 역간척 사업은 1970~80년대 바다를 막아 농토나 산업용지 등을 만들었던 간척사업과 정 반대 개념이다.

충남도, 서산 부남호 역간척 추진 #수질 오염 심화 … 둑 헐고 갯벌 조성 #“안면도는 복원 후 바지락 3배 늘어” #해수부, 전국 23곳 생태 복원 계획

양승조 충남지사는 최근 “부남호 역간척을 해양생태계 복원 모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양 지사는 “충남에만 하구언 둑(방조제) 279개가 있지만, 둑이 물의 흐름을 막아 안쪽 민물 호수의 수질 오염이 심각하다”며 “둑 일부를 헐어 바닷물이 드나들게 해 갯벌·연안·하구언의 생태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부남호는 수질이 6등급(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10mg/L 이상)이어서 농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도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이 사업을 2023년 시작해 2025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총 2500억원이 들 전망이다.

부남호 역간척 사업은 태안군 남면 당암리와 서산시 부석면 창리를 잇는 서산B지구방조제(길이 1228m) 아래로 기존의 수문 이외에 또 다른 수문을 만들어 담수와 해수를 유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는 전체 방조제 길이의 10%정도인 120m 가량을 허문다는 계획이다.

역간척 사업 추진지

역간척 사업 추진지

양 지사는 역간척 사업 벤치마킹을 위해 최근 네덜란드 휘어스호 등을 다녀왔다. 휘어스호는 바다를 막아 만들어진 1억1000만t 규모의 담수호다. 이 담수호는 2000년대 들어 심각하게 수질이 나빠지자 방조제에 해수유통을 위한 터널을 뚫기로 결정했다.

양 지사는 “부남호는 2007년부터 매년 110억 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수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휘어스호 처럼 해수유통을 시키면 수질 개선 사업비 절감은 물론, 갯벌 복원에 따라 연간 288억 원의 어민 소득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부남호(1021㏊)는 서산A·B지구 간척사업으로 생겼다. 간척사업은 ㈜현대건설이 1980년 5월 농지를 늘려 식량 자급량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82년 10월 B지구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으며, A지구의 방조제 공사는 84년 3월 끝났다. 부남호는 82년 10월 물막이 공사가 끝나면서 형성됐고, 유효 저수량은 2110만㎥이다.

충남도는 이미 일부 역간척사업을 시도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2011년 안면도와 황도를 잇는 방조제를 헐고 교량으로 바꾼 뒤 갯벌이 되살아났다. 황도 갯벌의 바지락 채취량이 2014년 41t에 그쳤던 게 이듬해 122t으로 늘었다.

충남도의 역간척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이 정부 차원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전국 23곳을 대상으로 갯벌 등 해양생태 복원사업을 한다. 지역별로는 전남 11곳, 충남 6곳, 인천 3곳, 전북 2곳, 경기 1곳 등이다. 전남은 신안·무안·완도·강진·보성군과 순천시에 있는 폐염전 등이 대상이다. 제방·연륙교 등으로 갯벌과 단절돼 방치된 폐염전이나 폐 양식장에 해수를 유통해 복원하는 게 사업 내용이다.

충남연구원 윤종수 박사는 “역간척 사업은 네덜란드나 독일 등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시화호 생태복원처럼 성공 사례가 있다”며 “바다 환경을 살리면 어족자원 회복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역간척 사업은 투자했던 비용, 대체 수원 확보, 농경지 보호 등의 문제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전국 주요 방조제와 담수호를 관리하고 있다.

태안·신안=김방현·김준희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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