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은, 북미회담 목표는 핵전력국가”…미 VOA 북한 '내부문건' 보도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석 달 앞 둔 지난해 11월 인민군대 주요 지휘관들에게 “미국 대통령과의 최후의 핵담판을 하려 한다”며 “세계적인 핵전력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를 얻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7일 보도했다.

VOA는 “김 위원장이 북한 장령(장성) 및 군관에게 전달한 강습제강을 입수했다”면서 “강습제강은 지난해 11월 조선노동당출판사에서 발간된 대외비 문건으로, 12월 둘째주까지 대대급 이상 단위에서 특별강습을 진행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석 달가량 앞두고 북한 군대에 배포된 자료인 셈이다.
강습제강의 제목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는 인민군대를 백두산 혁명강군, 세계적인 핵전략국가의 강군으로 키우시고 이끌어나가시는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시다’로 돼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5차 중대장·중대원정치지도원 대회를 지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중앙TV는 "조선인민군 제5차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대회가 3월 25일과 26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진행되었다"며 김 위원장이 대회를 직접 지도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5차 중대장·중대원정치지도원 대회를 지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중앙TV는 "조선인민군 제5차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대회가 3월 25일과 26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진행되었다"며 김 위원장이 대회를 직접 지도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강습제강에서 김 위원장은 “지금 미국놈들이 우리의 핵전력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서 핵무기를 빼앗아내려고 다음 단계의 협상을 하자고 수작을 걸어왔다”며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대통령과의 최후의 핵담판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될 미국과의 핵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 그것은 우리가 만난신고(천신만고)를 다 극복하면서 만들어낸 핵무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적인 핵전력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최후의 결과를 얻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며 “인민군대는 우리의 만능보검인 핵군력을 튼튼히 틀어잡고 혁명의 수뇌부를 철옹성같이 지키며 세계적인 전략핵국각의 위풍당당한 강군으로써 위상을 드높이라”고 강조했다.

강습제강은 또 “우리의 핵무력과 전략로케트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에 의해 드디어 가장 완전한 높이에서 완성되었으며, 자타가 인정할수밖에 없는 세계적인 핵전략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핵무기를 갖고 세계를 지배하고 우리 인민을 수십년간 괴롭혀온 미국의 사죄와 보상을  받아내고, 세계의 힘의 질서를 미국이 아니라 우리 주체조선을 중심으로 다시금 재현하시는 경이적인 사변을 만방에 선포하시게 된다(될 것)”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5차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대회에 참석했다고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제공)2019.3.27/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5차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대회에 참석했다고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제공)2019.3.27/뉴스1

VOA는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당과 북한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비슷한 시기 군부를 대상으로 한 강습제강에선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북·미 정상회담을 핵보유국 인정의 첫 걸음이자, 핵무력을 더욱 강화해 세계적인 핵 강국 입지를 굳히려는 것을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북한 고위간부 출신인 리정호씨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에선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력을 강화하자는 지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전했다.

탈북자 출신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노동당 간부나 군 지휘관 대상으로 중요 내용을 전달할 때 노동당출판사가 강습제강을 만들어 일괄 배포할 때가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준비를 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혀놓고도 내부 문건에선 핵보유국을 주장한 데 대해선 “북한은 지난해 4월 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완성을 바탕으로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채택했다”며 “그런데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를 하고, 비핵화란 말이 나오니 북한 내부, 특히 군에서 동요가 일고 4월 정책을 의문시하는 경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동요를 다독이면서 가기 위해 핵무력 완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관영매체든 내부적으로 비핵화를 공식화한 건 아직 없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핵보유국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