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은 14일(현지시간) 오후 2시쯤 US오픈 2라운드를 마쳤다. 그는 타이거 우즈와 자신과 똑같이 이븐파인 것을 알았다. 3라운드에서 우즈와 함께 경기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3라운드 경기 시간이 발표된 오후 8시까지 우즈와 함께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 꿈은 이뤄졌다. 안병훈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벌어진 US오픈 3라운드에서 우즈와 함께 경기했다. 안병훈은 “오늘이 우즈와 첫 동반 라운드였고, 페블비치라는 유서 깊은 곳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니 의미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안병훈의 성적도 좋았다.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잡아 3언더파 68타를 쳤다. 중간합계 3언더파 공동 14위다. 우즈는 그렇지 못했다. 이날 이븐파에 그쳐, 중간합계 이븐파 공동 27위다. 우즈의 우승 꿈은 사실상 좌절됐다.
페블비치에서 가장 유명한 파 3인 7번홀에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7번 홀은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짧은 홀인데다, 이날은 핀이 앞에 꽂혀 98야드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만치는 않다. 7번 홀은 바다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 페블비치에서 바람이 가장 강한 곳이다. US오픈의 빨간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바다 쪽에서 부는 훅바람을 의식해 바다를 겨냥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린을 보고 치다가 바람에 밀려 왼쪽으로 가면 깊은 벙커가 있다.
안병훈은 핀 약 10m 뒤쪽에 공을 떨어뜨렸다. 함께 경기한 타이거 우즈는 핀 뒤쪽 12m에 공을 세웠다. 우즈는 버디 퍼트가 1m를 지나갔고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안병훈은 내리막의 부담스러운 퍼트를 한 번에 넣었다. 안병훈과 타이거 우즈의 희비가 여기서 갈렸다.
우즈는 “1, 3번 홀에서 보기를 한 후 이를 만회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잘 안됐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한 후 우즈에게 부탁해 부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홀당 퍼트 수 1.28개로 노보기 경기
안병훈은 “드라이버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실수를 해도 만회가 가능한 곳으로 갔다. 요즘 쇼트게임이 아주 좋아서 그린을 놓쳐도 80~90%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안병훈은 이날 그린을 놓친 홀이 10개였다. 그런데도 보기를 하나도 하지 않는 날카로운 샷감을 보였다. 퍼트 숫자는 23개로 홀당 1.28개다.
그는 파 5인 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내 버디를 잡았다. 이어지는 7번 홀에서도 점수를 줄이고 17번 홀에서 약 10m의 벙커샷을 홀에 넣었다.
안병훈은 축구를 좋아한다. 그는 “경기 직전까지 20세 이하 월드컵의 점수를 확인했는데 후반전은 알 수 없었다. 우승을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페블비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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