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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수출의 '원조'는 1990년대 북한에 보낸 독일

중앙일보

입력

그린피스가 지난해 12월 10일 한국에서 불법 수출된 폐기물이 필리핀 현지에 쌓여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가 지난해 12월 10일 한국에서 불법 수출된 폐기물이 필리핀 현지에 쌓여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

지난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던 쓰레기 일부가 한국 평택항으로 되돌아와 우여곡절 끝에 소각 처리됐다.
또, 캐나다 등 선진국 쓰레기를 받아들였던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에서도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초 중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20여 년 전 독일에서 북한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대량 수출했다가 말썽이 된 사례다.

'북한이 국제 쓰레기장인가'라는 제목의 1997년 8월 2일 자 중앙일보 사설에서는 1995~96년 무렵 독일 플라스틱 폐기물 10만t이 북한으로 수출됐음을 지적하고 있다.
독일 합성수지 재활용회사(DKR)가 북한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97년 초 당시 독일의 녹색당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독일 폐기물 처리장에서 거부한 것을 북한으로 반출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서류상으로는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류'로 돼 있고, 독일 당국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해명했으나, 그린피스 등은 토양에 유해한 독극물과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그런데 DKR은 97년 여름에 다시 북한에 5만3000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출을 시도하다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중앙일보 사설은 "북한 당국이 산업폐기물까지 돈을 받고 들여와 금수강산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당장의 경제적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 쓰레기를 마구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깨끗한 국토를 후세에 물려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98년 3월에는 일본 업체가 북한에 알루미늄 폐기물 5만1000t을 수출한 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일본 알루미늄 정련업체가 폐기물의 독성을 제거하지 않은 채 북한으로 보낸 것이다.
일본 내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수출하는 게 훨씬 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92년 5월에 발효된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과 교역을 규제하고 있다.
독일은 95년 7월, 일본은 93년 12월, 북한은 2008년 10월부터 바젤협약을 이행하고 있다.
한국은 국내법인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94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1997년 1월 대만에서 핵폐기물 북한반입 반대시위를 벌이다 강제출국 당한 장원 녹색연합사무총장 일행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앙포토]

1997년 1월 대만에서 핵폐기물 북한반입 반대시위를 벌이다 강제출국 당한 장원 녹색연합사무총장 일행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앙포토]

한편, 대만은 90년대 후반 북한에 핵폐기물을 수출하려고 했다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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