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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지 공예로 세대의 벽 허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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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달 29일 오후 국립민속박물관 2층 시청각실-.
찜통같은 더위 속에서도 20명의 할머니들이 각각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박쥐문양·호랑이 문양 등을 색지에 그리고 오려붙이는 등 색지함 마무리작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올해 처음으로 시도, 지난달 26일부터 열렸던 「할머니·할아버지, 손녀·손자 공예교실」의 마지막 시간.
노소가 한자리에 모여 세대간 벽을 허물고 잊혀져 가는 전통민속문화의 맥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부채와 색지공예(오색전지공예)에 대한 ▲역사 ▲종류 ▲특징과 장점 ▲문양의 의미 ▲만들기 등을 하루 3시간씩 4일간에 걸쳐 익히도록 짜여졌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고양·속초 등에서 20명의 할머니들이 1∼2명의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모였다. 국립 민속박물관 송점호 관리과장은 『60∼76세라는 고령인데도 4일 동안 결석자가 거의 없었다』며 프로그램에 쏠린 참가자들의 열기를 전했다.
색지공예를 지도한 상기호씨(전통공예기능보존협회 회원)는 『눈이 어두운 할머니 대신 손자가 종이를 오려 붙이고, 할머니가 옛날에 색지함을 보았던 경험을 살려 이를 점검해주는 식으로 서로 도와가며 제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친손녀인 최진양(16·인천시 간석동)과 공예교실에 참가한 홍귀표 할머니(65·서울 충정로)는 『옛날 소학교때 수공시간에 상자종이로 만들었던 색지함이 잘되었다고 전시했던 생각이 난다』고 회고. 최양은 『학교에 들어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할머니와 함께 만들기를 하게돼 무척 기쁘다』며 즐거운 표정.
친손자인 이동우(12·서울 행당동)·정우(11)형제와 함께 참가한 연정의 할머니(66·서울 응봉동)는 『손자들의 방학숙제도 해결할 겸해서 솜씨는 없지만 참가했다』면서 『아이들이 보조역할을 잘해내 생각보다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측은 앞으로 방학기간을 이용해 이 프로그램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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