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외야 중간이 명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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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승엽(삼성)의 56호 홈런이 언제 나올지는 몰라도 어디로 날아갈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승엽이 기록한 통산 3백23개 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백17m였다. 올해 55개 홈런의 60%인 33개가 오른쪽 펜스를 넘었다.

야구장 오른쪽 외야석의 중간 정도 위치가 가장 '명당'인 셈이다. 소위 '이승엽 존'이다. 뜰채와 잠자리채를 든 관중이 외야석 오른쪽부터 자리를 채워 나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1백% 외야석 팬들의 차지가 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장외로 날아갈 경우

장외 홈런이 나와 경기장 밖에서 배회하던 행인이나 외곽 경비를 맡은 경찰관에게 행운이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이승엽은 1일 광주, 2일 대구경기만을 남겨 놓았다. 두 곳 모두 좌우측 펜스가 95~97m로 짧다. 타구의 비거리가 1백25m 정도만 되면 장외홈런이 나올 수 있다.

▶장내에 떨어질 경우

좌우 파울 폴대, 펜스 상단, 백 스크린 등 장애물을 맞고 장내로 떨어질 수도 있다. 팬들끼리 잡기 경쟁을 하다 장내로 공을 놓칠 수도 있다. 상대 팀 외야수들은 한결같이 "내게 (공을 차지할) 기회가 오면 갖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 타구가 펜스를 넘기도 전에 팬이 공을 건드렸을 경우(잡는 것 포함) 홈런으로 인정할지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생긴다. 심판이 충분한 홈런성 타구라고 판단하면 홈런으로 인정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2루타가 된다. 자칫 팬들의 경쟁이 홈런 기록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

▶홈런 공의 가치

마케팅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56호 홈런 공의 가치는 약 2백억원. 이승엽의 홈런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과 이에 따른 매출액 증가.광고 효과 등을 종합 분석해 나온 금액이다. 그러나 56호 홈런 공이 이 액수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때린 70호 홈런볼이 2백70만달러(약 32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가 30분의1 정도인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1억원을 약간 웃도는 정도가 적정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인터넷 등에선 2억~5억원이 적정가란 얘기도 나온다. 이승엽의 개인 통산 3백호 홈런 공은 1억2천만원에 팔렸다.

▶가짜 홈런 공 방지

심판들은 29일 경기부터 이승엽 타석 때면 특별한 표시를 한 공을 투수에게 건네주고 있다. 경기 직전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뭔가 표시를 한다. 표시 형태는 비밀이며, 매일 바뀐다. 물론 사전에 그 공을 공개하지도 않는다.

김종문 기자<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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