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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북미회담 앞두고 등장했다···주목받는 김정은 세번째 친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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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재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어제(현지시간 10일)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며 “아름다운 내용”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전달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북ㆍ미 뉴욕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통상 특사나 현지를 방문하는 인편으로 친서를 전달하곤 했는데, 최근 미국을 방문한 북한 고위 인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것을 두고는 ‘긍정적인 화답’이라는 평가와, ‘미국 입장은 변화 없을 것’이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공개된 건 지난 1월 19일 이후 142일 만이다. 당시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백악관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김영철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좋은 만남이었다”는 평가를 했다. 이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2월 8일)과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도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북ㆍ미 관계의 변곡점마다 친서가 활용됐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만남을 기대한다'며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담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친서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12일)을 맞아 전달됐다는 점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의 끈을 이어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우선 친서 전달 형식이 이전 두 차례와 달랐다는 점에서다. 친서는 외교문서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록물로 간주된다. 따라서 외부에 공개되거나 기록에 남기고 싶지 않은 최고지도자의 속내는 최측근이 직접 구두로 부연해 전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특사를 통한 전달 방식은 아니었던 만큼 대외 공개까지 염두에 둔 김 위원장의 통보성 친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올해 연말까지 뭔가 결판을 보려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부터 외무성 미국국장이나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비판해 왔는데 먹히지 않자 친서를 통해 우회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다시 강조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다는 점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비핵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미국이나, 협상의 판을 깼다는 북한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양측은 여전히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더이상 제재해제에 매달리지 않겠다”(4월 12일)고 선언했다. 볼턴 보좌관은 “(3차 회담 개최 여부는) 북한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1주년 합의 내용(새로운 관계 수립, 안전보장 등)과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변화를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아름다운 내용”이라고 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변화가 있다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겠다’라거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부성 ‘선물’도 담겼을 수도 있다.

정용수ㆍ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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