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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대구 헌혈남매 …시각장애 오빠는 100회, 여동생은 30회

중앙일보

입력

6월 14일은 헌혈자의 날 

대구시 중앙로 헌혈의 집에서 오빠 하영철씨(오른쪽)와 여동생 하승희씨가 함께 누워있다. [사진 하승희씨]

대구시 중앙로 헌혈의 집에서 오빠 하영철씨(오른쪽)와 여동생 하승희씨가 함께 누워있다. [사진 하승희씨]

대구시 중앙로에 있는 '헌혈의 집'엔 거의 2주에 한 번씩 헌혈하러 오는 B형 남매가 있다. 손을 잡고 헌혈의 집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오는 대구 '헌혈 남매', 하영철(37)·하승희(26·여)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남매가 헌혈을 함께 하러 오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여동생, 시각장애 오빠와 함께 헌혈 동참 #"200회 300회 헌혈 계속 하고 싶다" #"헌혈 통해 이웃사랑, 헌혈 도전했으면"

하영철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1급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좋지 않았던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원인 불명으로 시력을 잃었다. 여동생이 오빠의 손을 잡고 헌혈의 집을 찾는 이유다.

남매의 헌혈 출발점은 2004년이다. 하영철씨가 먼저 적십자 병원에서 첫 헌혈을 했다. 지인들과 우연히 병원을 찾았다가, 헌혈 권유를 받고서다. 그는 "헌혈을 통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하게 됐다. 시각장애인이지만, 혈액 나눔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대구 헌혈 남매. 오빠 하영철씨와 여동생 하승희씨. 대구시 중구에 있는 하승희씨 집 앞이다. [사진 하승희씨]

대구 헌혈 남매. 오빠 하영철씨와 여동생 하승희씨. 대구시 중구에 있는 하승희씨 집 앞이다. [사진 하승희씨]

헌혈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혈과 성분 헌혈로 나뉜다. 전혈은 일반적으로 혈액을 뽑는 방식이다. 두 달에 한 번 정도만 할 수 있다. 성분 헌혈은 혈소판 등 필요한 혈액 성분만 추출하는 방식이다. 혈액을 몸에서 한 번에 뽑아내는 게 아니어서, 2주에 한 번씩 헌혈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씨는 2004년 시작으로 2주에 한 번 또는 두어 달에 한 번씩 지속해서 헌혈했다. 최근까지 한 헌혈 횟수는 100회. 오는 14일 헌혈자의 날을 전후해 대한적십자 헌혈 유공장인 '명예장'을 받을 예정이다.

이웃사랑 실천하는 헌혈 남매

대구시 중앙로 헌혈의 집. 동생 하승희씨가 침대에 기대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하승희씨]

대구시 중앙로 헌혈의 집. 동생 하승희씨가 침대에 기대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하승희씨]

동생 하승희씨는 오빠를 챙겨 헌혈의 집을 찾아다니다가 2009년부터 자연스럽게 헌혈에 동참했다. "헌혈을 같이해보자. 헌혈을 통해 스스로 건강도 확인해볼 수 있고, 힘든 이웃까지 도울 수 있지 않으냐"는 오빠 권유에 따라서다. 헌혈을 시작하게 된 하씨는 최근까지 30회 헌혈을 마쳤다. 대한적십자사가 정한 '은장' 자격을 갖췄다.

그는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수혈이 필요한 분의 사연을 듣고, 가지고 있던 헌혈증서 20장을 전달한 적이 있는데, 그 뿌듯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헌혈증서 1장은 병원에서 수혈받은 혈액 1팩의 가치를 지닌다. 병원에 헌혈증서 1장을 전하면, 치료 중 수혈받은 혈액 1팩만큼이 차감되는 방식이다.

대구 헌혈 남매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헌혈을 하겠다고 했다. 하영철씨의 이야기다. "200회를 넘어, 300회 헌혈이 목표입니다. 시각 장애가 있지만, 헌혈이라는 행위를 통해 나보다 몸이 더 불편한 이웃을 계속 돕고 싶습니다." 하승희씨는 "헌혈을 하면 건강을 돌아보고, 봉사 시간까지 받을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은혜 대한적십자사 헌혈대외협력팀 과장은 "동절기와 하절기 외출을 자주 하지 않을 시기엔 보유한 혈액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웃 사랑 실천을 위해 '사랑의 헌혈'에 더 많은 사람이 도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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