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금융그룹 자본비율 일단 합격점…미래에셋 125% 턱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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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사가 아닌 7개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을 평가한 결과를 내놨다.

2개 이상 업종 금융사 운영 그룹 #금융위, 통합감독제 시범운영 #삼성전자 주식 집중위험 반영 땐 #삼성 자본비율 135%로 낮아져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자본비율이 가장 높고 미래에셋그룹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도 기준치를 넘겼기 때문에 당장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신사업에 진출한다거나 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를 시범운영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금융지주사가 아니면서 2개 이상 업종에 걸쳐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그룹을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7곳(한화·교보·미래에셋·현대차·DB·롯데)이 감독 대상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융위 시뮬레이션(모의실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7개 금융그룹의 평균 자본비율은 181%로 나타났다. 계열사 자본을 단순 합산한 자본비율은 평균 269%였다. 하지만 위험항목을 반영하자 자본비율이 뚝 떨어졌다. 계열사 간 출자로 중복된 자본을 제외하고 계열사 부실이 그룹 전체로 번질 위험도(전이위험)를 3등급(보통수준)으로 가정한 결과다.

모범규준에서 정한 최소 자본비율은 100%이다. 7개 금융그룹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했다. 당장 추가 자본을 쌓거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곳은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220.5%)이 1위였고 교보(210.4%)·롯데(168.2%)·DB(167.2%)·한화(156.9%)·현대차(141.5%)·미래에셋(125.3%)의 순이었다.

고상범 금융위 지배구조팀장은 “미래에셋은 계열사들이 ‘다단계’로 자본출자를 한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생긴 중복자본을 차감한 결과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A사가 100억원을 B사에 출자하고 B사가 다시 100억원을 C사에 출자했다면 중복자본을 뺀 100억원으로 그룹의 자본비율을 계산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은 자본비율이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유독 삼성에만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인 ‘집중위험’을 모범규준에선 자본비율 산정에 반영하지 않기로 해서다. 관건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약 28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이다. 이를 집중위험으로 반영해 계산에 넣으면 삼성의 자본비율이 135%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본 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애초에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사실상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엽 금융위 감독제도팀장은 “지난해 박선숙·이학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금융그룹 감독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집중위험 항목을 적용하는 것은 국회의 논의를 더 지켜본 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 감독법안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라갔지만 국회가 공전하면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법이 제정·시행될 때까지는 지금의 모범규준을 일부 개정해 연장 적용키로 했다. 적용대상은 기존의 7개 금융그룹이다. 롯데그룹이 카드·손해보험을 매각하긴 했지만 아직 계열 분리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일단 대상에 포함했다.

올해부터는 금융그룹별 위험관리실태에 대한 평가도 시행한다. 올 하반기부터 매년 2~3개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종합등급을 산출하기로 했다. 이동엽 팀장은 “금융감독원과 상의해 평가대상 그룹을 정할 것”이라며 “4등급 이하인 그룹엔 경영개선 계획 제출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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