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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김원봉 서훈 불가능, 규정 바꿀 계획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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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용산에서 백선엽 장군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김원봉이라는 사람이 군의 뿌리가 된 것처럼 말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용산에서 백선엽 장군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김원봉이라는 사람이 군의 뿌리가 된 것처럼 말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로 촉발된 약산 김원봉의 서훈 논란에 대해 “서훈은 불가능하고, 관련 조항도 바꿀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황교안은 백선엽 장군 찾아가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니… ”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에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 및 적극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정부수립 이후 반국가 활동을 한 경우 포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약산의 서훈 부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련 규정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장 규정을 고칠 의사가 없다”며 “서훈 추진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더 이상 논란의 여지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이 이끌던 조선의용대의 광복군 편입을 언급하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이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 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하면서 서훈 추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청와대가 서훈 추진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지만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 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김원봉 선생뿐 아니라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을 하신 분에 대한 존경심을 말한 것”이라며 “야당 대표 시절 발언과 (서훈 문제를) 연결지을 내용은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을 찾아 6·25 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전쟁기념관군사편찬연구자문위원장)을 예방했다.

올해 천수(天壽·100세)에 접어든 백 장군을 향해 황 대표는 “힘들고 어려운 100년을 보내셨다. 백 장군께선 국방 초석을 다지셨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에 백 장군은 “천만의 말씀이다. 국가 방위에 진력을 다하고자 했지만,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진 못했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이어 “북한군 창설에 기여했고, 6·25 전쟁 남침 주범 중 한 사람인 김원봉이 최근 우리 국군의 뿌리가 됐다는 정말 말이 안 되는 얘기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백 장군께서 군을 지켜주셔서 오늘에 이르게 됐는데, 김원봉이라는 잘못된 사람이 군의 뿌리인 것처럼 나오는 얘기를 잘 막아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된 통합 광복군이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한 뒤 지속된 ‘김원봉 논란’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백 장군은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있었다는 건 보도로 알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군인과 민간의 열성처럼 앞으로도 계속 대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백 장군은 “황 대표가 이 나라를 잘 리드해주셔서, 안보가 튼튼하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나라를 건설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이 모든 것을 위하여”라고 찻잔 건배사를 했다.

백 장군은 6·25 전쟁 당시 1사단장으로 평양 점령 전공을 세워 미 정부로부터 은성무공훈장을 받았고, 32세의 나이로 육군참모총장이 돼 국군을 지휘했다. 문 대통령이 김원봉을 강조하자 황 대표는 한미 동맹의 상징인 백 장군을 부각한 모양새가 됐다. 황 대표측은 “김원봉 논란이 불거지기 전 부터 백 장군과의 면담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태화·김준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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