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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30% 아동 때 학대 경험…흡연·폭음·자살과 연결성 커"

중앙일보

입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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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열 명 중 세명 꼴로 어린이 시절에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지만 우울과 불안감은 더 높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 연구’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을 밝혔다.

보건사회연구원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 연구' 보고서

연구팀은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의 미혼·무자녀인 남녀 1586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연구 결과 응답자의 29.6%가 아동기에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받은 학대 중에서는 신체 학대가 26.1%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다음은 4.6%인 정서학대였다. 성 학대와 방임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2.5%, 2.1%였다.

[자료 : 보건사회연구원]

[자료 : 보건사회연구원]

학대 경험이 있는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아동기에 학대를 경험한 청년의 사회적 지지를 받는 정도는 19.64점인데 비해 학대 경험이 없는 청년은 20.47점이었다. 또한 삶의 만족도의 경우 학대 경험 있는 청년이 21.31점인데 반해 경험이 없는 청년은 23.36점으로 2점 이상 높았다. 반면 우울과 불안감은 학대 경험 있는 청년이 각각 6.37점과 5.03점인 것에 비해, 그렇지 않은 청년은 각각 5.03점과 2.94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를 진행한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점수 차는 통계적 분석으로 보면 유의미한 차이”라며 “아동기의 학대 경험은 또 현재의 흡연, 폭음, 자살 생각 등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학대 경험 외에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폭력을 목격한 것도 청년의 현재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절반이상(52.5%)이 아동기에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8.5%는 지역사회에서 폭력을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이들도 사회적 지지와 삶의 만족도는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보다 낮았고, 불안과 우울감은 더 높았다.

류 연구위원은 “가정폭력 목격은 학력이 낮은 청년에게서 더 많이 목격됐고, 지역사회 폭력은 남성보다 여성, 학력이 낮을수록 더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동기의 가정폭력에 대한 간접적인 노출만으로도 청년의 현재 자아존중감, 삶의 만족도, 우울과 불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동기의 신체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 경험은 자아존중감, 삶의 만족도, 우울, 불안, 자살 생각, 폭음 등 청년의 현재 신체·정서적 건강 영역에서 가장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제 학대 문제는 청년의 정서적인 결과를 넘어 정신건강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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