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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은 CIA 정보원이었다···김정은, 배반행위로 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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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AP=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AP=연합뉴스]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살해 당한 북한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주장했다. 김정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이다.

WP 베이징 지국장, 김정은 평전 출간

WP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최근 출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전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서 "김정남은 미국 스파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했고, 통상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서 그의 담당자들을 만났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미국의 북한 전문 기자로 2004년 파이낸셜타임스 서울 특파원 시절부터 북한을 취재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정보의 출처에 대해 '그 기밀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형이라는 김정남의 지위가 잠재적 위협이 됐고, 미국 스파이와의 만남으로 그런 위협은 더욱 부각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남은 CIA의 정보원이 됐고, CIA는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독재자를 끌어내리려고 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미국 스파이들의 대화를 배반 행위로 간주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공항 CCTV에 찍힌 김정남 피살 장면[사진 후지TV 캡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공항 CCTV에 찍힌 김정남 피살 장면[사진 후지TV 캡처]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출신의 두 여성에게 화학테러를 당해 숨졌다. 두 여성은 인터넷에 올리기 위한 장난이라는 북한 요원의 말에 속아 김정남의 호흡기에 화학물질을 댔다. 살해에 동원된 화학물질은 맹독성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였다.

김정남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그의 첫째 부인인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었다. 2001년 위조 여권으로 도쿄 디즈니랜드로 놀러 가려다가 적발돼 일본에서 추방된 이후 베이징과 마카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또 김정남이 도박꾼과 깡패, 스파이들에게 둘러싸여 어둠 속에서 살았다고 전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김정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에 도움을 준 IT 전문가를 인용해 김정남이 1990년대와 2000년대 북한에서 생산한 100달러 위조지폐를 상당수 가지고 있었다는 정보도 제시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김정남에 대해 "북한 밖에서 살았지만 동시에 북한 체제와 연결되는 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의 저서는 한국판으로 『마지막 계승자』라는 제목으로 번역됐으며 6월 11일 영문판과 한국판이 동시 출간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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