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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웨이 맹공 美 해리스 대사 "5G 미국 우려는 당연"

중앙일보

입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5일에 이어 7일에도 중국 정보통신(IT) 기업 화웨이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사단법인 한국군사학회와 합동참모대학이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공동주최한 제27회 국방ㆍ군사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이날 “5G 네트워크가 한국 전역에 어떤 사례를 남길지(instantiated) 우리(미국)가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동맹이자 친구로서, 나는 우리가 이 모든 이슈를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고 자신한다. 우리에겐 해내야 할 일이 있고 함께 그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ㆍ중 갈등의 상징으로 떠오른 화웨이 장비 사용에 있어서 한국에게 미국 편에 설 것을 우회적으로, 그러나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7일엔 국방 세미나서 거론

해리스 대사는 앞서 5일엔 ‘클라우드의 미래’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면서 “5G 네트워크에서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의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단기적인 비용 절감은 솔깃할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한다면 장기적 리스크와 비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인 LG유플러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후 LG유플러스 주가는 7일 전 거래일보다 2.43%포인트 내린 1만4050원에서 거래되며 약세 출발했다.

7일 세미나의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화웨이라는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해리스 대사의 연설을 들으면 누구나 화웨이를 떠올릴 수 있는 맥락이었다”라고 전했다.

화웨이 로고

화웨이 로고

해리스 대사는 7일 세미나에서 북ㆍ미 관계와 관련해선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와 병행해 북한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구체 조치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어 “지난달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계속해서 손을 내밀고 있고, 대화와 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1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3차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다시 거론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쌓아 올린 신뢰를 토대로 우리는 하노이에서도 진전을 이뤘다”며 “비록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서로 상세한 입장을 교환했고 의견 차이를 좁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국제사회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하노이에서 북한의 입장은 그렇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어 북한 문제 해결에서 한ㆍ미 동맹과 한ㆍ미ㆍ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약속하고 하노이에서 재확인한 FFVD를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된다는 점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스 대사는 그러나 삐걱대는 한ㆍ일 관계에 대해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미국의 또 다른 핵심 동맹국인 일본 얘기를 안 할 수 없다”라며 “지역의 모든 사안은 한ㆍ일의 적극적 관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과의 3자 협력 강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ㆍ일 관계 개선을 에둘러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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