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산책] '오디오 사촌' A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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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사촌동네인 AV(오디오 비디오)가 아연 뜨고 있다. 대강 뜬 정도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을 미래산업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AV분야를 세계 조기 일류화 품목으로 정했다. 기억하실 것이다. "5~10년 뒤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라는 유명한 발언을 했던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이 내린 게 그 결정이다.

그만큼 엄청난 규모의 AV시장은 거의 모든 가정에 한 대씩인 VTR(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의 자리를 올라탈 새 영역이다.

단순대체가 아니라 대형 TV를 중심으로 DVD플레이어.AV센터(앰프).스피커를 한묶음으로 엮어 거창하게 안방을 치고들어갈 기세다. 벌써 당당한 혼수품목인 AV는 예전 LD(레이저디스크)를 찜쪄먹는 고품질 영상과 음성 정보가 담긴 DVD 출현 이후 급물살을 탔다.

영상과 사운드 모두에서 영화관 수준으로! 그게 '홈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AV의 목표다. 어쨌거나 AV 신세계를 바라보는 오디오 쪽은 영 떠름하다. 분명 오디오가 종가(宗家)인데 하이파이 대(對) AV 사이의 힘겨루기는 애시당초 글렀고, 둘 사이 경계선마저 무너질 참이다. "하이파이는 시대착오의 취미로 전락할 것이다." 오래 전 상식이고 통념이다. 한데 요즘 상황이 또 달라졌다.

예기치 않은 역류파의 등장 때문이다. AV를 즐기다가 고품질의 사운드 맛을 알게 된 젊은이들이 속속 오디오파일 대열에 합류 중이다. "오디오숍이 전부 문닫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세운대학(세운상가 오디오숍들)과 용산 전자랜드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AV 사운드의 질이 아직은 CD에 비해 단단하게 한수 아래라서 그렇다.

어쨌거나 예나 이제나 소수파인 오디오파일들은 대한민국 1%, 그것도 못되는 소수파다. 그들은 정말 별종들이다. 결정적으로 기기 충성도에서 가위 유례없다. 예를 들어 VTR 등 가전제품의 경우 사람들은 고장날 때까지 사용한다.

그러나 오디오꾼은 다르다. 멀쩡한 걸 되팔거나, 그걸 두고 또 다른 소리를 찾아 끊임없이 바꿈질을 한다. 꾼끼리 거래하는 무시 못할 규모의 중고시장 형성은 오디오의 이런 묘한 특성 때문이다. AV의 종가 하이파이는 은근히 힘이 세긴 센가?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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