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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강골무인 에이브럼스 사령관, 농담 던지고 한식 비우고

중앙일보

입력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때는 정자세로 찍었다. 왼쪽에서 셋째가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연합]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때는 정자세로 찍었다. 왼쪽에서 셋째가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연합]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농담 뒤 참석자들이 주먹을 쥔 채 파이탕 포즈로 사진을 다시 찍었다. [연합]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농담 뒤 참석자들이 주먹을 쥔 채 파이탕 포즈로 사진을 다시 찍었다. [연합]

3일 서울 국방부 청사 2층에서 한ㆍ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사진촬영이 있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 등 참석자들이 꼿꼿이 선 채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이 입을 뗐다.

“파이팅 포즈는 안 합니까(No fighting)?”

파이팅 포즈는 주먹 쥔 손을 올린 뒤 다들 ‘파이팅’을 외치면서 찍는 자세다. 한국군이 단체 사진을 찍을 때 거르지 않는 포즈다. 그런 모습을 눈여겨 본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툭 던진 농담이었다. 그러자 서 있던 한·미 인사들이 폭소를 터트렸고, 실제 그의 ‘주문’에 따라 사진을 다시 찍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국방부 청사로 오는 차량에서 섀너핸 대행의 옆에 앉았다. 한반도 정세와 현황에 대해 간략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요즘 매우 부드러워졌다. 그는 부친이 미 육군 참모총장을 지냈고, 아들 삼형제가 모두 장성 출신인 군인 명문 가족이다. 그는 걸프전ㆍ이라크전 등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강골무인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 대해 부정적 속내를 숨기지 않는 소신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지난해 11월 부임하자 국방부가 잔뜩 긴장했다. 전임자인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은 애국가를 4절까지 한국어로 부르는 친한파에다 정무감각이 뛰어났다. 반면 원칙론자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와 한ㆍ미연합군사령부 본부 이전을 놓고 미국 측의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초청 오찬에선 그는 오이소박이와 된장찌개 등 한식을 깨끗이 비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쩜 이렇게 젓가락질을 잘하느냐”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는 “김치 없이 밥 먹는 날은 햇볕 없는 날과 똑같다”고 답했다.

정부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부임 직후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역사를 배우며 한국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쉬는 날이면 유적지를 들른다. 그러면서 한식에 빠졌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실전을 많이 경험한 사령관인 그가 부임할 때 주한미군이 전체적으로 군기가 바싹 들었다”며 “하지만 회의 때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농담을 자주 하고, 잘 웃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래도 현안이 발생할 때 그의 질문은 아주 날카롭고 핵심만 짚어 다들 긴장하게 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매일 아침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아무리 피곤해도 체육관을 들러 크로스핏을 한다는 것이다. 운동하는 그를 봤다는 한 인사는 “이를 악물고 땀을 빼는 모습은 사찰에서 보는 사천왕(四天王)을 닮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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