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멘토]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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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의 최현만(45) 사장은 자기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로 부모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그리고 바로 손위 누이 최숙희(48)씨를 들었다. 피와 살을 준 부모와 자신을 발탁한 박 회장이야 짐작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누이에 얽힌 사연은 유별나다.

전남 강진에서 가난한 집안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최 사장은 고교 시절부터 광주에서 누이와 6년간 자취 생활을 했다. 최 사장은 그에게서 "불굴의 도전정신, 엄격한 자기 관리, 정신적 지주인 종교(가톨릭), 이 세 가지를 선사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할 형편이 못 된 누이는 출판사에 다니면서 세 살 아래 동생의 학비를 댔다. 자신은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영문과에 편입하는 등 학구열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편입 시험에 합격하고도 학비가 없어 결국 입학을 포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젊은 최현만은 가슴에 큰 응어리를 안게 됐다. 누이는 아이를 둘까지 낳은 뒤 다시 전문대를 다녔다. 지금은 광주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는 등 안주하지 않는 삶을 산다. 최 사장의 도전정신과 적극성은 이런 누이한테서 온 것이다.

엄격한 자기 관리도 누이에게서 배웠다. 최 사장은 활달한 성격 덕분에 학창 시절부터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 대학 시절 고시공부를 하겠다며 절로 들어갔지만, 만나는 선후배와 친구가 많다 보니 공부에 별 진전이 없었다. 어느 날 누이는 "네가 만나는 사람의 3분의 1을 끊으라"고 매섭게 질책했다. 만남도 계획성이 있어야 한다는 훈계였다.

최 사장이 증권업계의 전설적인 영업맨으로 불리는 건 이런 누이의 가르침이 좋은 밑거름이 됐다. 한번 사귄 고객은 놓치는 법이 없어 '증시의 독수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동원증권 재직 시절이던 1996년 대리 직급으로 서울의 노른자위 점포장인 서초지점장에 발탁돼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지금도 업무시간의 70%를 영업현장에서 보내지만 허투루 만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시간을 쪼개 자기 관리를 하고 실력을 쌓으라"고 누이가 자신한테 하던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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