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금액이지만 최영함 사고로 순직한 자랑스러운 우리 해군 고(故) 최종근 하사에게 전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은 그대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익명의 고교생, 대전현충원에 맡겨 #최 하사 아버지 “해군 위해 써달라”
지난 27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청해부대 28진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사고로 숨진 고 최종근(22) 하사의 안장식에 참석한 심승섭 해군 참모총장이 편지 한 통을 읽고 있었다. 심 총장은 이날 최 하사의 아버지가 건넨 A4 용지 크기의 손편지를 한참 동안 읽어 내려갔다. 이 편지는 앞서 한 고교생이 대전현충원 경비실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를 맡긴 학생은 조의금 100만원도 함께 놓고 갔다. 대전현충원 측은 이날 최 하사의 가족에게 편지와 조의금을 전달했다.
편지에는 ‘안타까운 사고에 유가족분들께 위로와 국가의 부름에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였음에 존경을 표합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최영함 사고로 순직한 자랑스러운 우리 해군 고 최종근 하사에게 전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은 그대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 하사의 아버지는 심 총장에게 “조의금을 해군 장병을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 이에 심 총장은 “부모님께서 갖고 계시다가 최 하사의 49재 때 부모님의 뜻대로 해군이 받아서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에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해양의료원에서 유족, 해군 장병, 지인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 최 하사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은 고 최 하사의 약력 보고를 시작으로 최 하사의 해군병 동기인 송강민 병장의 추도사 등이 이어졌다. 송 병장은 “최 하사는 입대할 때부터 파병을 가고 싶어 했고, 형과 같이 솔선수범하던 동기였다”며 “같이 땀 흘린 추억을 잊지 않겠다. 하늘에서 평안하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이후 헌화식이 진행되자 고 최 하사의 가족과 해군 장병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영결식이 끝나고 최 하사의 운구는 운구 차량에 실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겨졌다.
최 하사가 순직한 이번 사고는 지난 24일 오전 10시15분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내 부두에서 열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최영함 선수 쪽 갑판에서 홋줄이 끊어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최 하사가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해군은 지난 24일 최 하사 순직을 의결했고, 병장에서 하사로 1계급 추서 진급했다. 해군은 현재 사고대책반을 구성해 홋줄이 끊어진 원인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