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종근이) 너무 사랑하고 절대로 잊지 않을게. 엄마는 아빠가 잘 챙길게. 위험도 없고 불안전이라는 단어도 없는 곳에서 쾌활하고 즐겁게 살아라.”
27일 영결식에서 최 하사 아버지 헌화하며 오열 #어머니 다독이던 여동생 영정사진 들며 울음 터트려 #최 하사 고교 친구들 “모범생이고 노래도 잘해” 회고 #
청해부대 28진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정박용 밧줄 사고로 숨진 고(故) 최종근(22) 하사의 영결식이 엄수된 27일 오전 8시 27분, 아버지는 아들의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울먹이는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섰다. 부모님보다 먼저 헌화에 나선 최 하사의 여동생은 고모부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헌화했다.
이날 오전 8시 창원시 진해구 해군해양의료원에서 유족, 해군 장병, 지인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진행됐다. 유가족은 최 하사의 운구를 뒤따르며 영결식장에 들어섰다.
영결식은 최 하사의 약력 보고로 시작됐다. 해군작전사령부 인사참모처장 김상훈 대령은 “최 하사는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으로 모범적으로 군 생활에 임했다”며 “영어 실력이 우수해 외국 선박과의 교신에 성공적으로 임했고, 후송 작전에 기여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김 대령은 “입항식 당시 마지막까지 남아 홋줄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며 “전역을 한 달 앞두고 솔선수범하던 군인으로 귀감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 하사의 해군병 동기 송강민 병장은 눈물을 참아가며 추도사를 읽어내려갔다. 송 병장은 “최 하사는 입대할 때부터 파병 가고 싶어 했고, 형과 같이 솔선수범하던 동기였다”며 “같이 땀 흘린 추억을 잊지 않겠다. 하늘에서 평안하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이어 헌화식이 진행되자 영결식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영결식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참던 최 하사의 아버지가 오열하자 유가족과 해군 장병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최 하사의 할머니는 헌화하며 수십차례 손자 이름을 외쳐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최영함 장병들이 헌화할 때에는 이번 사고로 상처를 입은 장병이 팔에 깁스를 한 채 헌화하기도 했다. 애도와 조의를 표하는 의미로 조총 3발을 발사한 후 영결식은 끝났다.
최 하사의 운구가 운구 차량에 실리자 아버지는 최하사의 여동생에게 영정사진을 건넸다. 여동생이 머뭇거리자 아버지는 “괜찮아. 오빠 안을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어머니를 다독이며 눈물을 참던 여동생은 영정사진을 들자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여동생은 영정사진을 들고 영구차에 몸을 실었다. 최 하사의 안장식은 이날 오후 4시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다.
최 하사의 마지막 길에는 고교 친구들도 함께했다. 김해 삼문고등학교 동창인 도원주(22)씨는“종근이는 고2 때 반장을 할 정도로 리더십이 강하고 모범생이었다”며 “노래도 잘해서 학교 축제 때 선생님과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추억했다. 고2 때 같은 반이었던 여희언(22)씨는“(종근이가) 어렸을 때 캐나다에서 살다 와서 영어를 정말 잘했다”며 “대학교 졸업하면 외국 가서 번 돈으로 효도하고 싶다던 종근이의 얼굴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며 울먹였다.
이번 사고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15분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내 부두에서 열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최영함 선수 쪽 갑판에서 홋줄이 끊어지면서 발생했다. 최 하사가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해군은 지난 24일 최 하사 순직을 의결했고, 병장에서 하사로 일계급 추서 진급했다. 최 하사는 진해 미함대지원단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해군 복무를 동경해 오다 2017년 8월 입대했다. 해군은 사고대책반을 구성해 홋줄이 끊어진 원인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진해=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