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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하루종일 오모테나시, 트럼프 "무역협상 7월까지 기다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오전 9시 7분 일본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의 골프장 모바라 컨트리 클럽.
헬기에서 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으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가섰다. 트럼프는 빨강색 상의, 아베는 파랑색 재킷에 흰색 바지 차림이었다. 두 사람의 복장은 성조기를 연상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났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났다. [AFP=연합뉴스]

 지난달말 워싱턴에서 회담한지 불과 한 달만이지만 둘은 서로의 팔을 잡고, 악수를 하며 반가워했다. 레이와(令和·일본의 새 연호)시대 첫 국빈으로 일본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을 아베 총리는 이렇게 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빵과 달걀요리 등 '아메리칸 스타일'로 조식을 한 두 정상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난다"(NHK 현장취재 기자)는 30도가 넘는 ‘5월 폭염’속에 라운딩을 했다.

하루종일 '골프→스모→로바타야키' #30도 넘는 날씨에도 골프16홀 소화 #트럼프 퍼팅 성공하면 아베가 박수 #오찬은 미국산 쇠고기 치즈 햄버거 #트럼프 등장때 스모 경기 잠시 중단 #30kg넘는 트럼프 트로피 직접 수여 #만찬은 고급 로바다야키 레스토랑 #2만5000여 경찰력 삼엄 경계 태세 #야당에선 "총리는 관광가이드"비판

오전 9시 44분 티오프, 미리 정해진 계획에 따라 전체 18홀 중 16홀만 돌고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한 '더블 치즈 버거'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대한 퍼트의 명인"이라 칭송했던 일본의 전설적 프로골퍼 아오키 이사오(青木功·76)도 식사와 라운딩을 함께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6일 골프 라운딩 도중 셀카를 찍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6일 골프 라운딩 도중 셀카를 찍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라운딩 도중 함께 셀카를 찍는 등 둘은 ‘도널드-신조 브로맨스’로 불리는 특유의 친밀감을 과시했다. 정상간 친밀도만 따지만 ‘론-야스(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시대’를 이미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TV아사히의 카메라엔 트럼프 대통령보다 미리 도착해 라운딩 진행 일정표를 꼼꼼히 챙기고, 트럼프 대통령이 퍼팅을 성공할 때마다 박수를 치는 아베 총리의 모습이 담겼다.

골프회동은 이번이 5번째, 아베 총리는 라운딩 뒤 "조금 덥긴했지만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즐겁게 플레이를 했다"며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솔직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정성이 통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를 친 뒤 트위터에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7월 일본 (참의원)선거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가 곤란하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라운딩을 하고 있다. 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라운딩을 하고 있다. 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AP=연합뉴스]

골프 다음은 스모였다. 두 정상은 멜라니아-아키에(昭惠)여사와 함께 부부 동반으로 도쿄 료고쿠(兩國)의 ‘고쿠기칸(國技館)’에서 여름대회 최종일 경기를 관람했다.

네 사람은 모래판에 가까운 ‘마스세키(升席)’에 특별히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6일 스모를 관전하는 동안 관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그 장면을 찍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6일 스모를 관전하는 동안 관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그 장면을 찍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오후 4시 58분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할 때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자 장내엔 "자리에 앉아달라"는 안내 방송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26일 함께 스모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26일 함께 스모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특별 제작한 무게 30kg이 넘는 ‘트럼프 배(트로피)’를 우승자 아사노야마 히데키(朝乃山英樹)에게 수여했다.

두 정상의 비공식 부부동반 만찬 장소는 도쿄 롯폰기의 고급 로바타야키(爐端焼き)식당 '이나카야'(田舍屋)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모두에 "오늘 무역과 안보 문제 등에 대해 아베 총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평소에 보고 싶었던 스모를 관람하는 등 아주 즐겁고 고맙다"고 아베 총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하루 삼 시 세 끼를 함께 하며 하루 종일 붙어다녔다.

미국의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일본의 아베 아키에 여사가 26일 도쿄의 디지털 아트 박물관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일본의 아베 아키에 여사가 26일 도쿄의 디지털 아트 박물관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야당에선 "아베 총리는 관광가이드냐","아베 여행사의 일본 만끽 투어냐"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의 방일 이틀째이자 휴일인 이날을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을 담은 일본식 접대) 공세의 날'로 이름붙였다.

나루히토(德仁)새 일왕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 회견,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27일의 ‘본 게임’, 두 정상이 함께 일본 해상 자위대의 호위함에 오르는 28일 ‘미·일 동맹 과시의 날’ 과 비교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한 25일부터 '도쿄 스카이트리'의 밤조명이 성조기색으로 바뀌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한 25일부터 '도쿄 스카이트리'의 밤조명이 성조기색으로 바뀌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랜드마크인 634m의 전파탑 '도쿄 스카이트리'의 밤 조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한 25일부터 성조기 색인 빨강·파랑·흰색으로 장식됐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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