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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280명, NASA의 화성 탐사선 ‘이름 탑승권’ 발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묘한 탑승권이 한 장 발급됐다. 탑승권에 쓰여 있는 항공사는 다름 아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다. 탑승권 배경에는 붉은 흙으로 덮인 사막 전경과 함께 4개의 바퀴와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 그래픽도 새겨져 있다. 출발지는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다. 정체가 궁금해진다.

NASA ‘화성에 이름 보내기’ 이벤트 진행 #시작 이틀 만 전 세계 307만명 이상 접수 #“미래 세대 우주 인재로 성장하도록 홍보” #“국민 관심이 국가 우주정책 견인할 힘”

자세히 살펴보니 비행거리가 총 5억 466만 8791㎞나 된다. 출발 예정일은 오는 2020년 7월, 도착 예정일은 2021년 2월 18일이다. 출발지 옆에 쓰여 있는 도착지는 더욱 놀랍다. 바로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다. 탑승권에 큼지막이 새겨진 내 이름이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무료로 진행중인 '화성에 이름 보내기' 이벤트. NASA 홈페이지에 이름과 우편번호, 이메일 주소 등만 기입하면 바로 발급 받을 수 있다. [사진 허정원 기자]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무료로 진행중인 '화성에 이름 보내기' 이벤트. NASA 홈페이지에 이름과 우편번호, 이메일 주소 등만 기입하면 바로 발급 받을 수 있다. [사진 허정원 기자]

이 탑승권의 정체는 바로 화성행 ‘이름 티켓’이다. NASA는 22일(현지시각) 2020년 발사되는 화성 탐사선 ‘마스 2020’에 신청자의 이름을 실어 보내는 ‘화성에 이름 보내기(Send Your Name To Mars)’ 서비스 접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화성을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이름이라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NASA의 무료 이벤트다.

신청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포털에 ‘Send Your Name To Mars’를 검색하고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이름과 국가명, 우편번호, 이메일을 기재하는 창이 떴다. 이 3가지를 입력하니 곧바로 티켓 발급 창으로 넘어갔고 다운로드도 할 수 있었다. 신청 대상은 지구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화성 티켓 발급받기

화성 티켓 발급받기

NASA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반응이 뜨겁다. 24일 오전 9시 4분(한국시각) 기준 전 세계 307만여 명의 시민이 이미 접수를 마쳤다. 23일 오후 6시까지 신청자 수가 약 172만명 미만이었던 걸 고려하면 시간당 9만여 건의 신청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22일 오전 신청자 수는 약 12만명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신청한 국가는 터키로 총 111만 9723명이 지원했다. 미국(40만 7421명)과 인도(36만 4420명)가 각각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총 9728명이 신청해 31위를 기록 중이다. 북한의 주민들도 총 280명이나 지원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접수된 이름은 칩에 담겨 마스2020의 벽에 부착, 화성으로 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화성에 이름보내기 이벤트 순위

화성에 이름보내기 이벤트 순위

이벤트 참가자들은 이번 계기로 NASA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됐다는 반응을 전했다. 23일 이벤트에 참여한 직장인 최형경(27) 씨는 “실제 탑승권이 나오는 것이 재밌고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리기도 좋아 친구들에게 권해줬다”며 “청소년들은 특히 천문학 등 기초과학에 관해 관심이 커질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NASA가 우주 탐사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름 보내기 이벤트를 기획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NASA의 태양계 홍보대사를 맡은 폴 윤 미국 엘카미노대 교수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향후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인재가 된다”며 “또 NASA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소통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마스 2020의 프로젝트 시스템 엔지니어인 제니퍼 트로스퍼(왼쪽)가 지난 2월 13일 NASA의 차세대 화성 탐사 로버에 대해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스 2020의 프로젝트 시스템 엔지니어인 제니퍼 트로스퍼(왼쪽)가 지난 2월 13일 NASA의 차세대 화성 탐사 로버에 대해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 책임연구원은 “신청자가 많은 국가의 경우 그만큼 국민이 우주 탐사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라며 “이는 향후 한 국가의 우주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NASA는 지난해 11월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 인사이트 호에도 총 242만 9807명의 이름을 실어 보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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