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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의선 “차, 소유에서 공유로 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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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가 초청한 단독대담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피력했다. 그는 약 30분간 영어로 대담을 나눴다. [사진 현대차그룹]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가 초청한 단독대담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피력했다. 그는 약 30분간 영어로 대담을 나눴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향후 전략과 지향점을 공개했다. 정 부회장이 행사에서 잠깐 질문에 답하거나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낭독한 적은 있지만, 대담 자리에서 장시간 본인의 생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칼라일 대담서 미래전략 밝혀 #완성차 →서비스로 사업구조 혁신 #자동차 산업 위기에 적극대응 #“서비스·제품 모두 고객에 집중”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가 초청한 단독대담에 참석했다. 약 30분 동안 영어로 대담을 나눴다.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 바야흐로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차가 지향할 방향을 ‘서비스’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 비즈니스를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한다면, 제품·비즈니스 구조를 혁신할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부회장으로서 현대차 비즈니스를 혁신하기 위한 키워드를 내놓은 것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을 둘러싸고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전기동력화·지능화·정보화와 더불어 핵심적인 변화로 꼽히는 것이 자동차를 활용한 서비스다. 예컨대 차량을 이용하려는 승객과 자가용으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으려는 운전자를 정보기술(IT)로 연결하는 ‘승차공유 서비스’나, 사업자가 제공하는 차량을 회원들이 적정 비용을 분담하고 공유하는 ‘카셰어링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신규 자동차 비즈니스는 근본적으로 자동차의 개념이 ‘소유’에서 ‘이용’으로 바뀌면서 등장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한 세대)는 자동차는 소유하기 보다는 공유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과 손잡는 현대차그룹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과 손잡는 현대차그룹

이렇게 되면 현대차같은 전통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동차 판매대수가 감소할 수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신규 자동차 서비스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비즈니스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그가 자신 있게 현대차가 지향할 청사진을 발표한 건 현대차그룹이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날도 단독대담에 직접 참석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6년 12월 6일 국회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청문회’ 이후 2년째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경영 키워드가 ‘품질 경영’이었다면, 정의선 시대의 키워드는 ‘고객 경영’이 대표할 확률이 높다. 단독대담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은 ‘고객’”이라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는 “요즘 ‘고객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한다”며 “서비스·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노력할 여지가 없는지를 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전사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차량을 제조할 때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고객 중심으로 회귀가 필요하다”며 “현대차그룹 모든 직원은 고객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부딪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했다. 대담에서 ‘리더십 측면에서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미래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의선 “명예회장식 일사불란 기업문화도 달라져야”

그가 구체적으로 내놓은 방안은 2가지다. 첫째, 연구개발(R&D) 부문 투자 확대와 연구개발의 효율성의 증대다. 정 부회장은 향후 5년 동안 차량 경쟁력 강화(30조6000억원)와 미래기술 투자(14조7000억원) 등 R&D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둘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그는 “외부 기술을 더 많이 수용해야 한다”며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차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차·전기차 분야에서도 현대차가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확대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아울러 “전장화의 단점은 결함 증가”이라며 “결함을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도 뜯어고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소 보수적이고 군대식 기업문화가 자리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도 트렌드 변화에 보폭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정 부회장 생각이다. 기업문화부터 달라져야 현대차가 지향할 방향(서비스)도 바꾸고, 미래차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리더십은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리더를 따르도록 지휘하는 리더십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직원과 같이 논의하면서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임직원과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임직원과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려고 한다”며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는 더욱 자유로워지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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