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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재용 부회장과 30분 회동…삼성가와 23년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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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차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다. [변선구 기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차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다. [변선구 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조지 W 부시(73) 전 미국 대통령과 22일 만났다. 부시 전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후 첫 일정이다.

노무현 추도식 참석차 방한 #4년 전에는 이 부회장과 골프 #1996년 부시 주지사 초년병 시절 #삼성전자,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

두 사람은 2015년 10월 부시 전 대통령이 ‘프레지던츠컵 대회’ 개막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은 골프 라운드를 함께 했다.

이날 두 사람 간 회동은 비공개로 약 30분간 진행됐다. 이 부회장의 부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 부회장이 부시 전 대통령의 숙소인 서울 광화문 인근 한 호텔에서 목격되면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면담 후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호텔을 빠져나갔다. 재계 안팎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면담에서 부시 전 대통령에게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환경에서 기업의 역할을 놓고 조언을 구하는 동시에 삼성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자신의 의견도 밝혔다고 한다.

삼성은 부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시 집안과 ‘연’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96년 텍사스 주지사로 재직하며 삼성전자의 첫 해외 반도체 생산라인인 오스틴 공장을 유치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2년 전인 1994년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주도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 승리했을 때 처음 주지사로 당선된 ‘정치 초년병’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날 밤 부시 전 대통령과 면담을 위해 한 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날 밤 부시 전 대통령과 면담을 위해 한 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 삼성 출신 재계 관계자는 “부시 전 대통령은 주지사 때 삼성전자의 공장 유치 등 경제 실적 등을 바탕으로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전 부통령과의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며 “부시 전 대통령 입장에선 삼성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오스틴 공장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나노테크 3개년 투자’ 기념행사에는 부친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 부시)이 참석했다. 아버지 부시는 1992년 2월 현직 대통령 시절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과도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호텔에서 40분간 단독 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외국 정상급 인사와 회동했다. 올 2월 청와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국빈 오찬에 초청받았고, 같은 달 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을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이후부터 보면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 외국 정상급 인사와 만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면담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모디 총리를 만났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 부회장이 갖는 ‘민간 외교관’ 역할이 한국 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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