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본부 폐지론은 단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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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행정개혁위원회의 정부기구 개편 안에 내무부 민방위 본부를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부당성과 단견을 지적코자 한다.
한마디로 이는 민방위의 중요성에대한 인식부족에서 기인된 오판이라고 본다.
치안본부를 치안청으로 독립시키기 위해. 재원과 TO가 필요해서 그런 방법을 택했는지는 모르나 보다 종합적인 민방위 및 비상시 자원관리를 위한 법적·행정적·학술적 고찰을 했어야했다.
현대국가에서 국가안보란 정규군 및 예비군·공안조직 등 군 조직에 의한 정규국방과 민방위와 같은 국민자체 조직에 의한 시민국방이란 2개의 바퀴를 가져야 제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호보완적이며 전혀 성격이 다른 기능과 조직을 갖는다.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영구중립국은 민방위가 정규군과 같은 조직과 기능을 가졌지만 외관상으로는 민간조직이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되어 있다. 영국은 내무부에 속해있지만 기능과 조직은 역시 위기관리체계로서 군보다도 방대하고 대민 업무별로 상세히 분리되어 있다.
일본도 자위대와 분리해 소방청 밑에 방재기능을 두어 민방위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75년 내무부에 창설된 민방위본부는 1급 본부장아래 민방위국과 소방국을 그 밑에 두고 있지만 한직에 가까운 자리다.
비상시에는 비상계획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지휘케하고, 평화시에는 자연재해를 관할하나 그것도 건설부산하에 있는 중앙재해대책위원장이 주관하게끔 되어 있고 화재재난에 대해서만 주도적 기능을 하고 있는 꼴이다.
전국의 민방위대원 5백40만명을 편성, 운영하고 있지만 계획업무만 입안하고 있지 통괄업무는 포기하고 있다.
국민이 받던 민방위교육도 정치적인 선심의 희생물로 출발시의 반으로 줄었다. 북의 노동적위대는 변함없이 강화되고 「김일성교신도」들은 늘어만 가는데 그나마 유일하게 국민정신 의식화수단의 하나였던 민방위기구와 조직이 이렇게 와해되니 김일성의 적화통일노선은 마침내 성공을 거둘지도 모르는 위기상태다.
김일성이 제안하고 있는 남북군축회담을 민방위의 강화 없이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정규군 수나 무기수량에 있어서 남북 똑같이 줄이면 북이 현재 우리의 군장비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수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설상가상으로 정규병력이 열세이면 민방위라도 우세해야 민방위를 믿고 무기를 다 버리자고 할 터인데 이런 민방위태세로 노동적위대에 어찌 어깨나 견주어 보겠는가?
민방위본부는 없애기보다 위에 열거한 제반 이유를 감안해 미국과 같이 대통령직속기관이나 총리 직속기관으로 발전시켜 제구실을 하게 해야 옳다. 정부의 숙고를 바란다.

< 방재공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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