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많하않’. 강미선 작가의 작품은 요즘 유행하는 이 신조어를 떠오르게 한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작가가 30년간 작업한 찾아낸 가장 담백한 언어가 바로 한지와 먹이 아니었을까. 한지에 고요히 스며든 먹빛의 작품들이 한 편의 시(詩)와 같다.
한지 회화 30년 강미선 개인전 #정물·풍경 연작 등 34점 선보여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강미선(58)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백자, 그릇, 다기, 의자, 기와지붕 등 일상의 소재를 다룬 작품 34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거친 결의 닥종이에 한지를 여러 겹 발라 작업한 바탕에 숱한 붓질로 먹을 올려 완성한 작품들이 담박하다.
김이순 홍익대 교수는 “강미선의 작품은 치열한 조형 작업의 수고를 감싸 안고 있다”며 “사물에 대한 간결한 표현이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작가가 화면에서 생략한 ‘긴 사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텅 빈 곳에 놓인 단아한 의자 하나, 아스라하게 보이는 기와지붕, 헐벗은 겨울나무가 자꾸 이야기를 걸어온다. 6월 25일까지.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