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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당 체제 "삐걱"예고|강성 내각|「7.19 개각」이후 정국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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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19 개각으로 노태우 정부의 새 내각이 보수 강성의 색깔을 뚜렷이 하고 나섬으로써 정국 운용 방식에 변화가 예상되고 이에따라 기존의 여야 4당 체제에도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무형 내각으로 좌고 우면하지 않을 내각』이라는 정부·여당의 자체 평가처럼 소신을 앞세워 강성 기조를 밀고 나가면 4당 체제는 상당히 빡빡하게 운용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야당측이 새 내각을 두고 일체히 비판하고 나선 것도 그와 같은 내각의 색깔에 대한 우려의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을 끌고있는 박철언 대통령 정책 보좌관의 정무 장관 기용이 대야 관계에 있어서나 정부·여당 또는 여권 내부의 세력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보다 분명하게 부각되며 그에 따라 여야 또는 여권 내부에서 마찰음도 심심찮게 나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새 내각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시험 케이스는 우선 서경원 사건과 관련된 평민당 김대중 총재 등에 대한 2차 출석 요구서의 처리 문제가 될 것 같다. 새 내각은 노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를 굳히는 성격을 가진것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정책은 야당의 반대나 여론에 아랑곳 없이 밀고갈 것으로 보인다.
야당측이 백지화 또는 대폭 수정을 요구한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도 6공의 중요한 역사로 강력하게 추진할 뜻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전교조 문제에 대한 강경 수단도 그대로 유지되어가고 있다.
조직 폭력이나 인신 매매·마약 사범 등 민생 치안 문제도 지속적으로 단속해 공권력의 강화와 정부 권위의 회복을 시도하고있다.
정부나 여당 측은 이를 바탕으로 체제 수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문익환 목사 사건 이후 서경원 사건에 이르는 공안 정국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게 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의도가 서경원 사건의 계속 수사나 김 총재 등 평민당에 대한 조사의 확대·강행에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때문에 특히 평민당은 새 내각의 행보에 예민한 관심을 쏟고 있다.
김 총재나 문동환 의원이 당 방침에 따라 2차 출두 요구서를 거부하게 될 경우 서동권 안기부장의 새 공안팀의 대처방향이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새 공안팀이 실무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정치적 대응의 여지는 협소해지고 자칫 정국경색의 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 유연성을 어느 정도 소화해낼지가 관심사다.
앞으로 임수경양의 귀국이나 서 의원 사건의 계속적인 수사는 정부·여당의 의도대로 공안정국을 장기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정부·여당이 강성 포진을 하게되면 여야 관계는 당연히 긴장되고 4당 체제가 삐걱거릴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
최근들어 민정당은 적극적으로 정책 연합을 제안하는 등 정계 개편론을 펴고있다.
그러나 그 뉘앙스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느낌이다. 지난날의 정책 연합이나 보수 연합안이 여소 야대의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었다면 최근의 그것은 민정당 중심의 연합을 더 강하게 풍긴다는 점이다.
민정당은 총선 이후의 하강 국면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상황 판단을 하는 것 같다.
더욱이 3야 공조가 사실상 무너졌고 평민당이 공안 정국의 덫에 걸려 허덕이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공화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 민정당이 제 발로 설 수 있거나 민정당 주도의 정국개편이 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민정당은 노 정부가 강력한 정부 권위를 회복해 4당 체제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강성 내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그 경우 정치의 폭은 축소되고 여야간 대화 통로도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정무 장관의 기용과 함께 정계 개편 문제나 개헌 문제가 어떻게 정가에 부상하게될는지는 커다란 관심사다. 박철언 신임 정무장관이 유달리 주목을 받게 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여권 내 세력 판도 변화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박 장관은 노 대통령의 집권 마무리 시기가 되면 정계 개편·헌정 체제 문제 등이 중요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온바 있다.
따라서 그의 행동 반경이 정가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우선 그가 정무 장관실을 개편하여 그 기능을 확대시킬수 있을지 여부와 청와대에 대한 정치적 보좌 기능을 계속할 수 있을는지 여부가 문제다.
만약 박 장관에게 강력한 역할이 내면적으로 부과되거나 그가 그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나서면 그의 위치는 상당히 강력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청와대나 당이 정치적 기능의 대부분을 떠맡게 된다면 정무 장관의 위치는 지금처럼 축소되거나 아니면 여권 내부에 불협화를 노출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아무튼 정부와 민정당은 이와 같은 강성포진의 구체적 평가를 영등포을구 재선거에서 읽으려고 할 것이다.
노 정부는 좌경 문제 등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면서도 5공 문제에서는 항상 소극적이었다. 그와 같은 현상들은 최근 이학봉·장세동 판결 등을 통해 나타난바 있다.
때문에 좌경 세력의 도전과 민주화로 인한 혼란에 대한 대처로 밀고 가는 강성대책이 납득될 수 있는 법치의 한계를 벗어나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게 되면 6공 정부는 큰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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