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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빙속 여제' 이상화 "은퇴합니다, 잠 좀 자겠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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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서 은퇴합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30)가 부상으로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시작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시작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이상화가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공식 은퇴식을 열고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상화는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스케이터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말문을 열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잘 정리해서 말씀드려야 할지 며칠동안 고민을 했다. 너무 떨리고 제대로 전달을 못할 것 같아서 간략하게 준비를 했다"면서 "열 다섯 살 때 국가대표가 되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나만의 목표를 세웠다. 세계선수권 우승, 올림픽 금메달, 세계신기록 보유, 이 3가지를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분에 넘치는 성원 덕분에 그 목표를 전부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를 쓴 전설이다. 휘경여중 재학 시절 성인 선수들을 제치며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선 5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 빙속 최고 기록을 세웠다. 두 번째 올림픽 무대인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여자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차지하며 국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2012~13시즌과 2013~14시즌엔 4차례나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013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세운 36초36의 세계신기록은 5년 6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여자 500m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2연패를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였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선 3연속 금메달을 노렸지만, 대기만성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동안, 방송사 프로그램 작가들이 '이상화 죽어도 못 보내', '우리에게 빙속여제는 너뿐이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뉴스1]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동안, 방송사 프로그램 작가들이 '이상화 죽어도 못 보내', '우리에게 빙속여제는 너뿐이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뉴스1]

그러나 이상화는 무릎 통증이 심각했다. 수술을 해야했지만 선수 생활을 지장을 줄 수 있어 수술을 미루고 재활 치료를 병행하면서 훈련을 이어갔다. 그는 "힘든 재활 및 약물 치료만으로 제 자신과 싸움을 계속 했지만, 제 몸은 원하는대로 따라주지 않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다. 그래서 저는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사실 은퇴를 계속 망설였다. 그는 "지난 3월말에 은퇴식이 잡혀있었다. 막상 은퇴를 하고 은퇴식을 치르려고 하니까 온 몸에 와닿더라. 그래서 아쉽고 미련이 남아서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재활을 했다. 그런데 예전의 몸 상태까지 올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결국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꽃다발 받은 ‘빙속 여제’ 이상화. [연합뉴스]

꽃다발 받은 ‘빙속 여제’ 이상화. [연합뉴스]

이상화는 비록 빙판을 떠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그는 "은퇴 고민을 올해부터 했다. 그래서 아직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없다. 그러나 은퇴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이 비인기종목으로 사라지는게 아쉽다. 그래서 후배들을 위해서 지도자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는 선수로 참가할 수 없지만, 해설위원이나 코치로 가고 싶다"고 전했다.

일반인 이상화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잠을 푹 자는 것'이었다. 그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압박감이 심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제대로 자본적이 없었다. '1등을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컸다.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알람을 끄고 자겠다고 했는데 다시 운동을 하느라 하루 이틀밖에 하지 못했다. 이제 오늘부터는 잠을 제대로 자고 싶다"며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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