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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미연합사, 평택 옮긴다" 말바꾼 美, 전작권 꼬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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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평택 미군기지. [사진공동취재단]

평택 미군기지. [사진공동취재단]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미국이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서울 용산 국방부 안이 아니라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안으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국방부에 밝혔다. 연합사는 현재 용산의 미군기지인 메인포스트에 있다. 캠프 험프리스엔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8군 사령부가 자리 잡고 있다.

한·미 당초 용산에 두기로 합의 #정부 소식통 “국방부서 검토 중”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5일 “최근 로버트 에이브럼스(사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며 “국방부가 이를 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연합사를 평택 미군기지로 옮기는 방안과 전시작권통제권(전작권) 전환까지 용산 미군기지에 머무르는 방안을 놓고 최근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한·미는 당초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에 두기로 합의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은 지난해 1월 4일 외부 강연에서 “연합사는 서울에 잔류한다”며 “한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있는 국방부 영내에 함께 자리해 한·미 동맹의 군사적 역량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2017년 10월 제49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연합사의 국방부 이전에 구두로 합의한 뒤 브룩스 사령관이 그해 말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용산 미군기지.

용산 미군기지.

한미연합사 평택 이전 거부 힘든 상황 “전작권 전환 과정 문제 불거질 가능성”

그러나 지난해 11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부임한 뒤 사정이 바뀌었다. 그는 국방부 영내 입주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최소 2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독립 건물이 필요하다는 조건도 내놨다. 그러다 이번에 평택 미군기지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또 다른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정 장관에게 ‘연합사가 국방부에 있으면 연합사의 미군 참모들이 평택의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다. 이런 근무 여건에서 우수한 참모를 미국에서 데려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주요 사령부와 참모가 평택 미군기지에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만 서울에 머무르며 연합사령관 임무를 수행한다. 미군은 평택 미군기지에 새 연합사 건물이 들어서면 한국군을 위한 숙소도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

연합사를 한국 국방부 내에 놓을지, 평택 미군기지 안에 놓을지는 단순한 위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이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친 뒤 합동참모의장이 연합사령관을 맡는 그림을 짜놨다. 그러나 연합사가 평택 미군기지로 들어가면 합참의장이 서울과 평택을 오가며 지휘해야 해 사실상 ‘합참의장 겸 연합사령관’ 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진다. 미군 관할 지역 내 연합사가 있는 만큼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군의 주도권이 상당 부분 유지될 수도 있다.

연합사는 한·미가 2004년 7월 용산기지이전협정(YRP)을 맺을 때 평택 미군기지로의 이전 대상이었다. 그러다 2006년 8월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면서 연합사는 해체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0월 제46차 SCM에서 조건이 맞을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무기 연기하기로 하면서 연합사는 용산 미군기지에 잔류하기로 했다. 그러나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으로 만들 때 연합사 건물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국방부는 2017년 연합사를 옮겨 달라고 미군에 요청했다. 따라서 미군이 당초 약속과 달리 연합사를 평택 미군기지로 옮긴다 해도 이전 자체는 한국이 요청했다는 점에서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앞으로 한·미가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크고 작은 현안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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