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넥슨 매각 입찰 연기…업계 “20조원은 너무 비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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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김정주(51) NXC 대표가 매각을 추진 중인 NXC 지분 매각 본입찰이 전격 연기됐다. NXC는 넥슨의 지주회사다.

‘던전앤파이터’ 말고 흥행작 없어 #넥슨선 올 출시 10종 게임에 기대

14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15일로 예정돼 있던 넥슨 매각 본입찰이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매각작업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며 “매각 관련 추후 일정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사실상 매각 계획을 철회하는 수순이란 시각도 있다. 넥슨 본입찰은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매각 본입찰이 연기된 건 적당한 매수자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 가격이다. 김 대표 측은 당초 지분 매각 가격으로 15조~20조원 선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재팬의 지난해 초 주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당시엔 주당 1900~2000엔(약 2만576~2만1659원)을 오갔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 이미 지분 매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현재 넥슨재팬의 주당 가격은 1640엔(약 1만7752원·13일 종가 기준)에 그친다.

지분 매각에 정통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팔려는 측과 사려는 측이 생각하는 가격 차가 너무 컸다”며 “매입을 원하는 측은 결국 인수합병(M&A) 이후 지분을 되팔아서 차익 실현을 원하기 마련인데, 현재 넥슨의 매출 창출 능력으로는 그 정도 차익을 만들기 어렵다고 시장이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투자은행 업계에선 사모펀드 등이 김 대표가 보유한 NXC 지분을 매입해 이를 미국 나스닥 등에 상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도 오갔다. 하지만 이는 NXC가 보유한 넥슨재팬의 지분(47.02%) 이외에 넥슨재팬의 잔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가능한 일이다.

넥슨이 국내 1위의 게임업체이긴 하지만 현재로서 주력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외에는 이렇다 할 ‘캐시카우(Cash Cow)’가 없는 형편인 현실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2005년 8월 출시된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이자 넥슨코리아의 100% 자회사인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1조3056억원, 영업이익 1조2156억원, 당기순이익 1조22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대부분은 중국에서 나왔다.

반면에 네오플을 제외한 넥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9468억원에 그친다. 당기순손실은 518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이 자체적으로 만든 게임이 아니라 김 대표가 2008년 7월 당시 허민(43) 네오플 대표로부터 3852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중국의 텐센트가 2006년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업체인 슈퍼셀을 86억 달러(약 10조2000억원)에 매입했을 때와는 차이가 있다. 매입 당시 슈퍼셀은 ‘클래시오브클랜’과 ‘붐비치’ ‘헤이데이’ 등 3개의 게임만으로 2015년 2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일단 넥슨 내부에선 본입찰 연기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넥슨 구성원들에겐 숙제도 늘었다. 당장 올해 대작 게임인 ‘트라하’ 등 10여 종의 게임이 대거 출시되지만 이 중에서 던전앤파이터 같은 ‘대박작’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익명을 원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넥슨의 정점이 아니라 넥슨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기업임을 보여줘야 원하는 가격에 매각이 가능할 거란 게 업계 관측”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