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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무역전쟁·셀코리아·실적악화…삼각파도에 증시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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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여파로 국내 증시도 연일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2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14일 장중 한때 지수 206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결국 소폭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온종일 불안한 흐름이었다.

코스피 이달에만 120p 넘게 하락 #미·중 관세갈등, 외국인 팔자세에 #삼성전자 비롯 상장사 부진 겹쳐

외국인들은 지난 9일 이후 4거래일 동안 9500억원 넘게 주식을 내다 팔았다. 국내 증시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이 1년 전보다 60% 넘게 쪼그라들었다. 미·중 무역전쟁과 외국인 매도세, 상장사 실적악화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3대 변수를 점검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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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은 미국의 선제 공격에 중국이 반격에 나선 양상이다. 이미 관세인상 방침을 발표한 두 나라는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중국이 보복 조치를 내놨다는 소식에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우지수는 2%, 나스닥 지수는 3% 넘게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이 무역협상 경과에 따라 널뛰기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그중에서도 G2(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며 “한국 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민감도가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말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2조3921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지난 9일을 고비로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323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해 12월 6일(3840억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 1월 4조원대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의 매매 흐름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들의 ‘팔자’ 매물을 국내 기관 투자가가 떠받치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1조9000억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대신 초단기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최근 한 달간 2조5000억원 넘는 돈이 몰렸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며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여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해외 여건도 악화하면서 주요 상장사의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경기 부진의 그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6조23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15%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영업이익이 1조3664억원으로 1년 전보다 68.7% 줄었다. 시가총액 4위 셀트리온과 5위 LG화학도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32.91%와 57.7% 감소했다.

문제는 2분기 이후에도 주요 상장사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기업 이익 전망이 계속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라며 “만일 미·중 무역협상이 불발되면 수출의 감소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정완·정용환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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