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열병 처방전은 없는가 |끝없는 평행선대결…전국의 교육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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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교조 몸살」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15일 전교조가「집단행동 중지」방침과 함께 「법외노조」형태의 실체를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문교부와 대화를 하겠다고 나섬으로써 교원노조 파문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18일까지를 대화 시한으로 내건 전교조 측 제의와 함께 전국의 교육 현장을 뒤흔들던 교사들의 단식 수업·농성과 학생들의 항의 농성·가두진출시위는 잠잠해져 파국으로만 치닫던 전교조 사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따라서 당국과 전교조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한 가닥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이 사태를「체제 도전」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데다 교조 내에도 『2천명이든 3천명이든 많이 해직될수록 정부는 그 부담을 이겨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투쟁 우선의 주장이 강세여서「마주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의 충돌」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교조의「실체인정 수준」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문교부는 방학중 징계를 강행, 교사 특별 증원을 포함해 1만 여 명 이상 규모의 대규모「물갈이」 를 거쳐 2학기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새로 임용될 교사의「성향」이 미지수인데다 해직 교사의「운동」세력화, 탈퇴 교사 일부의 재 가입 가능성 등 노조파문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교단은 지금도「내연」하고 있다.

<서울>
전교조를 둘러싸고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와 .학부모간 갈등이 가장 심했던 지역. 서울시 교위는 탈퇴 각서 제출 시한인 15일 낮까지 1천3백업 명을 파면·해임 대상으로 파악했으나 연휴인 16,F일을 거치면서 이 중 3백여 명이 새로 탈퇴각서를 제출, 징계의결 만료 시한인 8월5일까지 파면·해임에 이르는 교사는 5백 여 명 안팎이 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교위는 이들 자리에 미 발령 교사(4백50여명)와 지방 전임교사를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시교위는 이와 함께 전교조 서울지부가 공개한 2천6백기명의 가입교사 명단에 대한 확인 작업도 병행중이다.
15일로 정해졌던 탈퇴 각서 마감을 전후해 시내 초·중·고교에서 주임교사 등이 조를 편성해 노조 가입교사의 집을 직접 방문, 설득을 거쳐 교사의 부모가 대신 각서를 제출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해 해당 교사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잇따랐다.
또 사립인 양정 중·고가 15일 방학과 동시에 노조 분회장 이용준 교사(33) 등 11명을 모두 직위 해제, 19일 열릴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 사립 학교 교사들에 대한 징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고교 분회 가입 교사들은 자체 논의를 거쳐 일부는 파면· 해임의 길을 택하되 다른 일부는 일단 탈퇴각서를 제출, 방학중에도 시교위 등에서 항의농성 시위 등을 계속하는 등 2학기의「새로운 투쟁」에 대비한다는 전략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방학중 문교부와 전교조간의「극적타협」이 없는 한 전교조 갈등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심화돼 중등교육 위기마저 예고되고 있다. ,

<강원>
타 지역에 비해 전교조 가입 교사 수도 적고 활동도 열세여서 갈등 폭 또한 비교적 적은 편.
강원도에서 처음 노조분회가 결성됐던 홍천 명덕초등교 학부모들이 지난달 3일 학생들의 등교를 막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횡성 안흥고·성북 초등교에서도 노조에 반대하는 등교 거부 시위가 벌어졌었다.
또 원주 여중 등에서 학생들이 분회가입 교사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화천종고·강릉여고 등 일부 학교에서는 가입교사들에 대한 직위해제·징계사실을 10여 일 씩 숨기다 15일에야 본인들에게 통보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인천·경기>
인천시 교위는 1백41명의 가입교사 중 탈퇴자 43명을 뺀 98명에 대해 주동자는 오는 25일까지,·단순 가담자는 8월5일까지 징계를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노조를 둘러싼 교사들간의 갈등도 계속돼 안양시 E고교의 경우 전체교사의 절반인 28명의 노조측 교사들이 지난 11∼15일까지 단식 수업을 계속하자 나머지 28명의 비 노조 교사들은 점심식사를 교내 외만 곳이나 학교 밖에서 하기도 했다.
노조가입 교사들은 갈등이 깊어가면서 교장·교감과의 대화도 기피, 여주군 Y고의 경우 자신들 또는 학생들의 간단한 건의사항까지도 서면으로 제출할 정도였다.

<충북>
괴산군 증평읍 증평 여중은 노조가입 교사 3명의 단식 농성 움직임에 이어 3학년생 2백 여 명이 지난 13일 30여분간 수업을 거부하자 14일부터 조기 방학에 들어갔다.
이 밖에 청주 금천고 등 도내 9개교 17명의 교사가 단식 수업을 계속하다 15일 전교조 중앙집행 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모두 단식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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