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로 이웃사랑 실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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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리셨습니다. 우리는 그분께서 보여준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인류에 대한헌신을 본받아야 합니다. 우리의 헌혈은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현하는 일입니다. 헌혈은 죽어 가는 형제들을 구원하고 이 사회의 어둠을 밝혀줄 것입니다.
17일 오후4시30분 한국 천주교 세계 성체대회준비위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 주최하는「한마음 한몸 헌혈잔치」가 베풀어진 서울올림픽공원체조경기장.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여 명의 신도들이 김수환 추기경의 강론에 귀기울이며 헌혈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에 옮길 것을 다짐했다.
이날 헌혈잔치는 「그리스도우리의 평화」라는 주제로 오는10월5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체44회 세계성체대회를 앞두고 한국신도들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김 추기경이 먼저 경기장 안에 준비된 2백여 침상 중 한곳에 누워 조용히 팔을 걷어올렸다. 「죽어 가는 형제들을 구원하고 사회의 어둠을 밝힐 사랑의 피」가 김 추기경의 팔목혈관을 타고 솟아오른다. 이어 헌혈을 자원하고 나선 5천여 명의 신도들이 김 추기경의 뒤를 따라 나란히 침상에 눕는다.
약간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팔을 내미는 10대 소녀 옆에서 부채를 부쳐주는 70대 할머니의 미소가 평화롭다.
『나의 피가 어느 곳에선가 죽어가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요. 세상은 그렇게 삭막한 것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이웃과 형제를 위해 사랑을 베풀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얼굴이 발그레 상기된 한 여대생이 밝힌「헌혈소감」이 가슴을 훈훈케 했다.<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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