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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복동과 어벤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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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어벤져스 1000만 관객=60UBD’ ‘UBD’란 신조어는 지난 2월 흥행에 실패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나온 말이다.

소셜미디어에선 ‘엄복동’의 최종 관객수 17만명을 1UBD로 정해 흥행성적을 비교하는 놀이가 유행이다.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 60UBD가 되는 식이다.

‘어벤져스’만은 못해도 유명배우가 대거 등장하는 ‘엄복동’을 조롱의 대상이 되려고 만들었을 리 없다. 수백 명의 스태프와 배우가 혼신의 힘을 다했을 테고, 제작비도 150억원 넘게 들었다. ‘어벤져스’는 개봉 2주만에 전세계에서 21억8800만달러(약 2조5573억원)을 벌어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이대로라면 역대 1위 ‘아바타’(27억8800만달러)를 넘어 사상 첫 30억달러 기록도 세울 거란 기대감이 높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빌리언(billion) 달러’급 흥행이 나오는 분야는 영화만이 아니다. 미국 게임개발사 락스타게임즈가 2013년 출시한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Grand Theft Auto)5’는 지난 6년간 총 수익 60억달러(약 7조134억원)를 넘겼다. 역대 최고 영화 흥행작의 2배 넘는 수익이다.

‘어벤져스’든, ‘GTA’든 방대한 세계관과 높은 완성도, 무엇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성공의 비결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 불리는 세계관은 ‘만화를 어떻게 영화로 만들겠어’라던 비판을 잠재웠다. ‘GTA’는 게임 속에서 뭐든 할 수 있는 높은 자유도로 게임계의 혁명을 이뤄냈다.

제조업 절벽, 미래 먹거리 부재로 고민하는 한국 산업계에 필요한 건 뭘까. 결국은 비싼 돈을 주고 줄 서서라도 사는 매력 넘치는 상품이 정답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창의적인 상상에서 나온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